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지음, 김남주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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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가가 아니다. 음악 듣기를 즐겨하지만 연주하기와는 사이가 멀다. 그래서 슈만의 음악을 연주하는 일을 마치 낮고 무거운 어떤 목소리를 내는 일이라고 쓴 책 뒷면의 글은 매우 낯설었다. 나는 곧, 내가 그간 부드럽고 아름답기만 하다고 느꼈던 슈만의 곡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슈만은 부드럽고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을 들려주는 음악가가 아니었다. 내가 들은 슈만은 정말 진짜 슈만이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런 삶을 산다. 고통은 일종의 감각이다. 음식에 단 맛, 짠 맛, 신 맛, 쓴 맛, 매운 맛이 어우러진 것처럼. 고통은 삶이 본질적으로 동반하는 여러가지 감각 중 하나다. 다만 어떤 이의 혀는 다른 맛보다 단 맛을 더 민감하게 느끼고, 다른 이의 혀는 짠 맛을 느끼는 것처럼, 삶의 수많은 감각 중에 고통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슈만이 그런 음악가가 아니었을까. 글쟁이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의 글을 통해 일생을 관통하는 고통에 쓸수 밖에 없듯이, 슈만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평생 그의 삶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던 고통과 허무는 슈만의 음악을 통해 세상으로 흘러나올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제목 그대로 슈만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던 그리고 그 노력을 독자와 함께 하기를 원했던 저자의 책 [슈만, 내면의 풍경]은 참 어렵다. 내가 기본적으로 슈만의 음악에 정통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책의 화법이 보편적인 흐름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나는 슈만처럼 고통에 천착하고 내면의 허무에 시달리는 인간형이 아니기에, 슈만의 내면에 공감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내용과 주제가 모두 어려운 책이라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책이건만, 나는 이 책을 꽤나 오랫동안 씹어먹어야 했다.

 

그러나 만약, 음악가의 생애가 아닌 그 내면의 세계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음악가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그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한다. 저자는 슈만의 생애가 아닌, 슈만 자신의 눈으로 그의 시각으로 슈만의 말년을 성찰한다. [슈만, 내면의 풍경]은 엄청난 분석과 연구와 더불어 음악을 통해 고통을 이야기한 한 인간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바탕이 된 감성이 동반된 책이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어려운 원고를 유려한 문장으로 번역해준 김남주 님의 말을 먼저 읽고 난 후에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책 제일 뒤에 담긴 김남주 님의 말은, 이 책의 어려운 활자들을 읽기 어려워 질 때 필요한 동기와 에너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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