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이펙트 - 인류 탄생의 과학적 분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0 그레이트 이펙트 1
재닛 브라운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을 바꾼 결정적인 책을 단 한 권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어느 대기업 면접 질문이었다고 한다.

 

 

신문에서 저 대목을 읽다가 나는 우두커니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성경? 국부론?

기사는 이런저런 대답을 나왔다며 면접자들이 답한 여러 책들을 소개했다. (내가 머릿속에 떠올린 책들은 매우 고리타분하고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으므로 결국 보기좋게 미끄러질만한 대답이라고, 별 필요도 없는 해설을 더했는데) 그 중에는 이 책도 있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

 

 

150년 전에 출간된 이 책 이후로 사람들은 "신이 창조한 그대로의 사람"이라는 개념에서 확고하게 벗어나 종의 변이와 변형을 거친 진화를 과학적인 즉, 논리적이고 타당한 사실로 받아들였으며 오늘날 현대를 풍요롭게 (혹은 위태롭게) 만드는 수많은 세부적인 과학 (의학) 분야가 이로부터 기원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참 대단한 책이고 인류의 역사에 이보다 더 멋진 발판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할 정도의 책이건만, 기독교 신자들로부터는 최근까지도 상당히 곱지 않은 눈총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나님 중심의 사고로부터 인간을 완전히 떼어낸 책들 중의 하나이므로. 그러나 실제로, '기독교 신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눈총을 따갑게 받은 것은 오히려 현대의 일이다'라고 한다. 누가? 이 책의 저자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김일성이 대단한 기독교 집안의 후손이라는 것, 히틀러 역시 신앙심이 깊은 집안에서 자랐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진화해온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지리학과 생물학에 걸친 꼼꼼하고도 집요한 실험을 통한 결과를 논거로 제시한 찰스 다윈 역시 한때는 목회자의 길을 꿈꾸기도 했었던 신앙인이다. 여기서 신앙인이라고 한 이유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그는 끝까지 신을 부정하지 않았으며 공식적인 종교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윈에 대한 대단히 신뢰할만한 평전을 두 권이나 펴낸 작가의 말이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종의 기원 이펙트]는 보통 사람들이 찰스 다윈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막연한 이미지들을 확실한 사실을 근거로 뒤엎고 새로운 다윈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가 깨달은 과학적 개념들이 정립되도록 도운 라이엘과 같은 사람들이나 본의 아니게 같은 과학적 개념들을 가지고 경쟁하며 결국 종의 기원을 세상에 내놓게 만들었던 학자 월리스, 평생 다윈을 도왔던 신실한 신앙인이자 좋은 동역자였던 아내 에마와 그의 아이들, 인간적인 다윈의 면모들 등 이 책은 [종의 기원]을 읽기만 혹은 듣기만 했던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인간 다윈의 진실을 알려준다.

 

 

다윈이 살던 시대는 이미 신학 특히 성경이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로서의 힘을 잃고 이미 상징적인 이야기로 치부되기 시작한 때였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특히 산업혁명의 핵이었던 영국에서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가 가열찬 에너지로 사람들을 끌어안고 있었고 세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잃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이 책에서 이야기한 대로 다윈만의 획기적인 깨달음이나 연구 결과가 아니었다. 다윈과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연구를 하던 학자들이 동시대에 있었지만 결국 [종의 기원]의 주인공이 된 과학자는 다윈이었다. 그 집착에 가까운 실험과 연구가 다윈으로 하여금 진화론의 아버지가 되게 한 것이다.

 

종종 대단한 사람들이 남긴 책은 그 자체로도 커다란 유산이지만, 대단한 책을 쓴 작가들에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빛나는 다른 유산들을 발견하게 된다.

 

 

[종의 기원 이펙트]의 저자 역시 또 다른 다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무신 혹은 불신이라고 막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과학자의 유신의 얼굴을 보여주며 오히려 그로 하여금 다윈의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 그리고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게 한다. 이러한 책들이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주고 지적 재미 뿐 아니라 많은 사유의 여지를 남겨주는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가 뒤집어쓴 막연한 사고의 장막을 걷어내고 명확한 모습을 제대로 보게 만든다. 마치 다윈이 종의 진화를 연구해 과연 우리 생물은 오늘날까지 어떻게 존재해왔는가에 대해, 막연한 신화의 장막을 걷어내고 명확한 과학적 사실을 보게 만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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