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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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많은 번역본이 나온, 유명하다는 말조차 고루한 카프카의 [변신]을 다시 보게 한 책이었다.

[변신]을 단행본으로 빼 출간한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표지부터 내지까지 일러스트가 일품이다.

 

문학동네에서 이제껏 펴내온 분위기와는 사뭇다른 스타일의 판형과 표지때문에 눈길을 끄는 것도 있지만, [변신]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현실적인 느낌을 일러스트에서 십분 살렸다. 덕분에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이야기는 더욱 공포스럽고 처참하게 그리고 카프카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다가온다.

일러스트를 그린 루이스 스카파티에 대해 뒤늦게 찾아보니 이 작가의 화풍과 그의 작품 세계 자체가 카프카가 [변신]에서 이야기한 세계관과 굉장히 많이 닮아있었다. TV를 비롯해 현대 문명에 대한 경계, 날로 무감해지는 정서에 대한 비판 등,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겁고 날카롭다. 그의 작품을 찾아보고나서 변신의 일러스트를 다시 보니, 정말 그가 그린 변신의 일러스트는 명작이라는 생각이 더더욱 강해진다.

 

베일듯 날렵하고 서늘한 펜선과 흑백의 어지러운 명암이 벌레가 된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가정이 겪는 혼란과 어려움을 강조한다. 거대하지만 비루한 모습의 갑충 그레고르와 표독스러운 얼굴의 인간들(가족들)이 대비되어 벌레가 된 주인공 나아가 벌레같은 (돈벌레, 공부벌레 등등) 현실에 처한 독자의 현실이 강렬한 이미지로 모든 감각을 파고든다. 그레고르의 등에 사과가 박혔을 때, 마치 그 빼도박도 못하는 이물의 아픔이 내 등의 소름끼치는 불편함으로 전해질 정도다.

벌레로서 최후를 맞은 그레고르의 우두둑 끊어진 다리(이건 우리 집에서 죽어나간 벌레들을 연상하게 해서 정말 소름이 돋았다)보다 끔찍한 것은 그레고르의 사체를 처리한 후 자유롭게 살아갈 가족이다. 갑충이 된 그레고르를 벌레(혹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만든 것은 그 가족들이 아닌가. 내 자신이 벌레가 되는 것도 너무나 끔찍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벌레로 전락시키는 것도 미치도록 끔찍한 일이다. '

 

사실, 가장 끔찍한 것은.

살아갈수록, 이 세상은 벌레로 전락하기도 더욱 쉬워지고 남을 벌레로 만드는 것도 너무나 쉬워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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