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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 9.11 이후 달라진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ㅣ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7
이현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1월
평점 :
어렵소.....
이렇게 책장을 넘기기 힘든 책은 또 처음이었소.
문장도 쉽고 내용도 재미있고. 그런데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소.
나는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절박함에 더하여 제대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며 뭔가 제대로 알고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반문이 들곤 했소. 아마 로쟈씨가 말한 '자신을 내던질 용의'가 없는 독자여서, 차마 빨간약은 삼킬 수 없는 무리라 그런가 보오.
특히 가장 힘들었던 실재에 대한 열정.
아, 물론 현실을 뛰어넘는 폭력적인 자극 앞에 불현듯 실재를 깨닫게 된다는 것, 그래서 그 폭력을 실재에 대한 열정으로 표현한 부분은 이해가 가나 (혹시 이 부분이 내가 오해한 부분이라면, 이해를 구하오. 내겐 이렇게 이해되었소.)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나는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소. 실재를 자꾸 그런 폭력적인 사건의 계기로만 경험하게 된다고 연결짓는 것 같아서 내키지가 않았소. (나는 뼛속까지 비폭력주의자라오. 개혁은 필요하되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것이 좋소) 이론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내가 그 이론에 동조할 수 없을 때 나는 독서가 고역으로 순식간에 전환되는 것을 몇 번 겪었는데 그 기억하기 싫은 감각을 이 책이 다시 알려주었소.
하지만 일단 한 번 표지를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본 책은 내 서연의 대상이라, 나로서는 책이 나를 놓기전에는 먼저 놓을 수가 없는 것을...... 그러나 기쁘고 슬프게도 책은 단 한번도 나를 먼저 놓아준 일이 없소.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도 마찬가지. 차라리 정말 재미도 유익도 아무것도 없는 책이었다면 뭬얏!!! 하며 과감히 던져버릴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소. 분명 재미는 있는 책이었으니까.
이 책을 계기로 만나게 된 인물들이 굉장히 많소. 뭐 이 책에 인용된 수많은 영화감독과 저자들을 비롯해 당연히 길잡이 로쟈씨의 주타겟이었던 지젝, 그리고 나를 이 책으로 잡아끌었던 로쟈씨. 나는 지젝을 만난 것보다 이렇게 진하고 깊은 연구심으로 독자들에게 지젝을 알려준 로쟈씨가 더 대단해보이오.
그런 대단한 로쟈씨 앞에 솔직해지자면,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소.
잠시 내 마음의 고향인 문학의 숲에서 뛰놀고 있는 중이오. 문학의 샘에서 첨벙대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나는 로쟈씨가 안내해준 지젝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고 있는 중이니 책망은 아껴주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