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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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그런 느낌도 든다. 프랑스 감독이 찍은 로맨틱코미디영화의 제목같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발랄한 표지와 산뜻한 민트색 띠지는 편안하면서도 다정하게, 마치 고양이나 강아지의 체온처럼 다가왔다.

귀엽고 소박한 느낌의 그림이 예쁘고 발랄해보여서 나는 분명 웃기는 책이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초(정솔) 작가가 연재하고 있는 웹툰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를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코믹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책을 열면서부터, 정확히 첫 에피소드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울어버렸다. 그냥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도 아니고 코만 훌쩍인 것도 아니다. 굵은 눈물 방울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져내리고 눈 앞이 흐려져 페이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매번 눈물을 닦아내고 읽어야 할 정도로 울었다.



너무 오래 쓸쓸하게 하지 말아요.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힘껏 껴안아주길 바래요

그때도 늦지 않게 따라 나설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인의 입장에서 그려지기도 하고, 강아지나 고양이의 입장에서 그려지기도 하는 이 만화는 소박한 그림체로 빚은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크고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체온, 그들의 배려, 그들의 관심, 그들의 애정, 그들의 삶이 생생해서 마치 우리집에서 반려동물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이래서 반려동물이라고 하는구나. 이래서 가족이라고 하는구나. 마냥 예쁘게만 포장해서가 아니라, 그 동물들의 생각, 심정, 작은 감정 하나까지도 와 닿아서 작가의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지 공감했다.





너는 정말 갑작스럽게 나에게 왔어.



왜 여기 있을까. 누가 그랬을까, 무슨 일일까. 이렇게 예쁜데....

그런 생각의 정리를 미처 할 틈 없이 나는 너를 끌어안고 있었단다.



소나기처럼 찾아온 너는 봄비처럼 사랑을 줬어.

조건 뿐인 세상에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온 힘으로 나를 사랑해 줬지.



아가, 알고 있니? 너는 내 세상을 바꿨단다

이렇게 세상이 회색이었다면, 너는 야금야금 색을 칠해준거야.

아가야, 내 강아지야

걱정없이 살아다오.

아프지 말아다오.

언제나 이렇게 사랑해다오.



보물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단 말이야.....



(에피소드 _ 내 보물아)



뒷면 띠지에 어떤 누리꾼의 리뷰가 적혀 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봤으면 하는 만화.'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꼭 한 번은 봤으면 하는 만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내려다보는 높이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길강아지와 길고양이들을 쫓아내는 입장에서 그들을 볼 뿐 그들의 눈높이로 인간을 바라보지 않으니까. 반려동물을 좋아하지 않아도, 단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고 관심도 없더라도 나는 권하고 싶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정솔 작가가 그리는 순대와 낭낙이 그리고 많은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라고.



갑자기 유기견에 애정을 갖거나 길고양이의 생태에 관심을 쏟게 되지 않아도 충분하다. 어린고양이와 늙은 개 그리고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에피소드에 코끝이 찡했다면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은 감동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보물인 줄 모르는 사람에서 보물임에 동감하는 사람으로 격상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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