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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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어 잔인하게 죽인 동영상 때문에 한동안 인터넷이 시끌시끌했었다.

그 동영상을 올린 이는 어린 학생이었다고 했고 출처는 외국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동영상을 제작한 그 끔찍한 몰인성에 치를 떨었고 아무리 외국이라고 한들 우리나라 아이들의 정서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들었다.



어쩌면 그럴수도 있다. 어차피 동물인데, 뭐 어떠랴. 통점이 없다고는 하지만 낙지도 산채로 토막내어 잡아먹고 남자아이들은 장난처럼 잠자리 날개를 뜯거나 하지 않느냐고. 어쩌면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 어떤 존재라도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그 생명에 대한 존엄을 인지해야만 인간인 것이다.

호흡이 있어 살아 움직이는 것들에 대해 경외하는 마음, 생명 자체에 대한 존엄을 잃는다면 그것은 더이상 인간일 수 없다.

인간부터가 그 존엄을 인정받을 때에야 비로소 존재하는 동물 아니던가.



이용한 작가의 <명랑하라 고양이>가 우수교양도서로선정되었을 때, 그 소식이 나는 그래서 기뻤다.

나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뒤지는 초라한 고양이의 뒷모습에서, 그 날쌔지만 조심스러운 몸짓에서 생명에 대한 존엄을 일깨울수 있기를 바랐다. 따라 읽기만 해도 아련한 애틋함이 느껴지는 제목과 길고양이들을 지켜보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빚은 이 책을 읽기만 해도 고양이는 물론 거리의 생명들이 한결 애처롭고 애틋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고마운 책, 이용한 작가의 길 고양이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 이 책, <나쁜 고양이는 없다>라고 한다. 보송보송한 눈망울로 지그시 상대를 응시하는 영민한 고양이가 표지에 올라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에피소드 하나 하나를 읽을 때마다 눈물 지었다. 애완동물이라곤 소라게나 거북이 같은 것들이 전부였고 지금도 그리 고양이나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나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사진 속의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하찮아 보이는 거리의 생물들을, 생명이기 때문에 따스하게 바라보는 법을 되새겼다.



얼마 전 마을 버스 정류장 앞에 누가 참치캔 하나를 따 놓은채 버스를 타고 사라졌다. 건너편에 있던 나는 왜 저걸 저기다 놓고 갔을까 싶어 지켜보았다. 그리고 풀숲을 헤치며 배가 볼록한 암코양이가 나타나 참치캔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몸이 무거운 어미고양이의 심정까지 헤아렸을 이름 모를 그 사람이 존경스러웠다.



이제 날이 더욱 추워지고 겨울이 오면 아마 <나쁜 고양이는 없다> 의 에피소드들이 더 많이 내 머릿속에 떠오를터다. 얼지마, 죽지마, 봄이 올거야.... 거친 바람 속에서, 더 거친 사람들의 매몰찬 응대 속에 새끼를 잃고, 어미를 잃었던 고양이들을 책 속에서 끄집어 내겠지. 고양이들에게 들려주었던, 고양이들이 저희들끼리 위로했을지도 모를 그 말이 길고양이의 꽁무니를 볼때마다 내 마음속에 떠오를터다. 아마도 나 역시 마을버스 정류장 앞 가게에서 참치캔을 사게 될지도 모르겠다. 가을에 태어나 세찬 겨울 추위에 몸서리칠 새끼 고양이들을 위해서. 새끼들을 돌보느라 겨울 추위조차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는 어미 고양이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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