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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필날 - 오늘은 나의 꽃을 위해 당신의 가슴이 필요한 날입니다
손명찬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중절모를 쓴 하얀 얼굴의 남자는 종이처럼 나풀거리며 꽃 한송이를 공손히 들고 날아갑니다.
누구의 가슴으로 가는 걸까요?
가을이면 어김없이 가을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사람의 가슴에도 어김없이 마음 꽃을 피우기 위해 찾아가는가 봅니다.
황새가 하얀 보자기에 쌓인 아가를 입에 물고 날아오더라는 신비스러운 옛이야기처럼
소리없이 꽃을 심고 가는 저이의 발자국이 가슴에 스며들면 여기도 '꽃필날'이 되겠지요.
월간 좋은생각의 편집장이자 에세이 [꽃단배 떠가네]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손명찬 님의 신간 [꽃필날]을 손에 쥐던 날은 소국 한다발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푸짐했습니다. 어떤 곳은 시로, 어떤 곳은 가벼운 그림으로 마디 마디 꽃씨를 품고 있는 에세이 [꽃필날]을 읽는 그 한동안의 시간은 가을같기도 봄같기도 했습니다. 꽃망울이 막 오르는 싱그런 줄기같은 한 토막, 아련한 오렌지 색 햇살 아래 등을 어루만져주는 바람 같은 한 토막이 번갈아 실려 있어서 그랬지요.
[좋은 생각]의 편집장은 그는 지난해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좋은생각 홈페이지에 글을 연재해왔다고 합니다. 기쁘게 사는 글, 인식을 뒤집어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글, 우아한 재치로 웃음 주는 글, 짧지만 강하게 다가와 눈물을 쏟게 하는 글 등등 그의 글은 많은 회원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고도 하지요. 한 주의 시작을 마음 꽃을 피우며 열게하는, 그래서 꽃이 끊임없이 피고지는 소담한 화단 같은 생을 보내게 하는 그의 글이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이 에세이 [꽃필날] 입니다.
뒷표지에 적힌 책 소개와 회원들의 감상평은 너무 믿지 마시기를. 식상한 소개의 글에 실망하거나 섣부르게 평가하지 마시라는 말입니다. 소개보다 훨씬 더 반짝이는 글들이 담겨 있으니 마음으로 읽어가기 전에는 [꽃필날]이 피워 올리는 꽃을 상상하지 마세요.
철학과 종교, 유머와 위로, 자연과 사람을 손명찬 작가 특유의 이지적이면서도 따스한 언어로 풀어낸 글과 시에 읽는 사람 누구라도 삶의 꽃을 피워내길 기원하는 그의 소망이 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감동과 격려'는 너무 둔하고 멋없게 이 책의 느낌을 전하게 될 것 같아서 쓰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누군가 수줍게 내미는 꽃, 빨간 꽃잎만 오지 않고 향기부터 다가와 황홀하게 한 뒤에 풍성한 꽃송이, 든든한 줄기까지 다가와 안기는 것처럼, 그래서 웃음도 눈물도 나는 것처럼 [꽃필날] 이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걸 믿으세요...
기쁜 생각에는 기가, 예쁜 생각에는 예가 숨 쉬는데 말이지....
(본문 중에서)
밑도 끝도 없이 감상적으로 흐르기만 한다면 반짝하고 사그러지는 불꽃이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철학적이고 이치적이고 순리적입니다.
날카롭게 각으로 세우거나, 무뚝뚝한 이론으로 무장하지 않은 따스한 지성.
봄과 여름, 가을에만 꽃이 피던가요.
겨울에도 꽃이 핍니다.
곽재구 시인이 겨울을 '끌어안으면 오히려 따뜻한 것'이라고 노래했던 것처럼, 이치와 순리로 끌어안고 살아간다면 겨울이든 언제든 꽃송이 같은 좋은 생각이 가슴에 피어나지 않을리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