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몇 년 사이, 서울은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지하철 광장에는 시간마다 국내외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공연을 펼치고, 시내 곳곳마다 크고 작은 문화 행사가 무료로 열린다.

조금만 손품을 팔아 박물관 사이트에 접속만 해도 무료영화, 무료강습 등 이런저런 문화 체험들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광화문 앞에 펼쳐진 너른 잔디융단이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청계천을 따라 거니는 데이트 역시 이젠 무척 익숙하다.



몇 년 전만해도 갈 곳과 놀 곳이 부족했던 서울은 이제 거리마다 특유의 분위기와 명소를 가진 다이나믹한 도시로 변모했다.

물론 서울의 변화에 이런저런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 비판의 소리 중에는 무척이나 타당한 이야기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서울의 변화가 반갑고 기쁘다.

되살아나는 서울의 성곽길, 도심 한가운데의 캠핑장, 생태공원과 박물관 등 이제라도 서울이 구석구석 예술과 자연, 문화가 숨쉬는 도시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반갑고 기쁘다.














서울 산책 가이드라고 할 수 있는 [오후의 서울 산책]을 펴 내면서 저자 오세훈은 이렇게 말했다.

" 서울은 정말 모두가 생각하는 대로 갈 데가 없는 재미없는 도시일까? 그래서 난 이번에 두 발로 직접 서울을 거닐면서 서울이 얼마나 갈 데가 많은 도시인지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직접 카메라를 들고 서울 전역을 돌아보고 난 저자는 서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서울은 갈 데가 없는 곳이 아니라, 그동안 너무 야박하게 평가돼 왔다는 것을 알았다. 막상 작정을 하고 찾아보니 좋은 곳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내 생각도 그렇다.





2008년 이후, 서울시가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 시작하면서 서울의 즐길거리들을 안내하는 책이 꽤 많이 출간되었다. 서울의 맛집과 관광명소들은 물론, 숨어있는 좋은 카페들과 골목길, 산책길에 대한 책들은 저마다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서울을 가이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책들 중에서도 분명 눈에 쏙 들어오는 좋은 책들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직접 서울시정을 했던 공직자로서 동시에 누구보다 서울을 사랑하고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의 걸음이 담긴 이 책에는 서울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곳곳을 안내한다. 으례 많은 책에서 보았던 곳들도 있고 전혀 처음 보는 곳도 있다. 기존의 책들이 20~30대를 타깃으로 데이트나 여가장소를 혹은 관광장소를 소개하고 있다면 이 책은 조금 다르다. 혼자 가도 좋고 둘이 가도 좋고 가족이 가도 좋은 곳. 데이트여도 좋고 공부를 위해서도 좋고 취업을 위해서나 취미 때문에 찾아가보아도 좋은 그런 곳들이 있다. 서울을 처음 와보는 사람도, 서울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도 좋을 그런 곳.









식상한 콘텐츠를 일부 싣고 있지만 서울 전체를 직접 돌며 행복하고 아름다운 곳을 소개하는 책이니 만큼 빠지면 안되는 곳은 다 들어갔다고 보는 게 좋겠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서울 둘레길에 대한 소개였다. 시간이 그득하게 쌓여있는 서울의 성곽길과 2014년 완공 계획인 외사산 둘레길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척 설레였다. 외사산 둘레길이 완전히 조성되면 2박 3일, 55시간 걸어서 서울을 한 바퀴 도는 대장정이 열리게 된다면서 저자는 그래도 둘레길을 따라 서울을 한 바퀴 일주하는 사람은 많이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완공 전부터 이렇게 기대되는 서울 일주길인데 꼭 많은 사람이 찾아야만 의미가 있을까. 그도 책에 썼듯이, 심신이 지쳤을 때 찾아갈 만한 성찰의 길이 서울 둘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이 든다.















문화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모든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한강 다리와 강변의 풍경, 점심 시간을 쪼개 거니는 공원의 산책로, 퇴근길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지하철 광장의 흥겨운 멜로디, 서울이 바뀌면서 서울에 사는 우리들의 삶에는 이미 문화가 가득 들어와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무척이나 부정적일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그가 서울에 들인 애정과 노력에 이의를 달 수는 없지 않을까.







[오후의 서울 산책]에 담긴 전 시장의 발걸음을 따라 서울을 돈 후 이제 다음 서울을 기대한다.
서울에 대한 긍지와 애정이 가득한 합리적인 시정 속에서 몇 년후, 그리고 또 몇 년후에 지속적으로 서울이 더 풍부하고 풍요로운 문화의 도시가 되길 바란다. 누구라도 쉽고 가볍게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더 풍부하고 풍요로운 문화 속에서 자란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서울은 더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되고 소비되는 곳이리라. 서울은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있는 도시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