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0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플라이 대디, 플라이], [GO], [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 기저에는 언제나 동일한 기운이 흐른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좀비'라고 일컬어지고 한국에선 비슷하게 잉여나 루저라는 호칭들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바로 그 기운.

음 뭐랄까, 꼴통정신이랄까.



꼴통은 보통 수준의 사람들보다 조금 느리거나 조금 모자라거나 그렇다.

그게 선천적으로 지능이 모자라서 일수도 있고 후천적인 환경때문에 그렇게 되기도 하지만 그랬거나 어쨌거나 남들보다 조금 느리거나 조금 모자라면 꼴통이 된다.

걸음이 느려도 그렇고 성적이 모자라도 그렇다. 말투가 어눌해도 그렇게 되고 돈이 좀 없어도 그렇게 되기 십상이다.

남들처럼 살아야겠다는 결심과 요령이 모자르거나 남들처럼 대충 넘겨버리고 조용히 있어야겠다는 융통성이 없으면 절대적으로 꼴통이 되고야 만다.


그래. 꼴통은 태어나는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들어진다'는 꼴통의 특성상, 꼴통들은 필연적으로 얻어맞게 되어있다.

얻어맞으면서 꼴통이 되고 꼴통이 되어가기 때문에 더 많이 얻어맞는다. 누군가의 주먹으로, 처참한 말로, 참을 수 없는 눈빛으로.



그리고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 속에서 그 꼴통들은 그 주먹에 맞주먹을 날리고 소리를 지르고 심장이 터지도록 뛰고 달린다.

나를 꼴통이라고, 잉여라고 루저라고 구분해버린 기준과 그 처사에 꼴통다운 방법으로 대응한다.

어른의 방법도 아니고 아이의 방법도 아닌, 그냥 그들만의 꼴통정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을 두고 세뇌된 '너는 공부를 못한다.'는 열등감과 죄의식이

더러운 술수에 이용되어 보다 깊게 뿌리를 내린다.

우리의 말이 그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다.

p71



그 밤을 경험한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무한한 힘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힘을 어쩔 줄 몰라 한다는 것을.

p167





너무나 아쉽지만 가네시로 가즈키가 좀비스의 완결편 [레벌루션 No.0]를 출간했다. 학교와 부모, 비웃고 때리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꼴통들의 이야기를 탱글탱글한 청춘빛으로 그려낸 좀비스 시리즈의 마지막인 것이다. '레벌루션 no.0'이라는 제목에는 마지막이기 때문에 '알파와 오메가'와 같은 회귀이자 언제나 새로운 출발 등등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하지만 가야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니.



자타가 공인하는 꼴통 고등학교에 입학한 [레벌루션 NO.0]의 주인공들은 평년보다 200명이나 입학생이 더 많았던 탓에 안 그래도 좁은 교실과 교정에 콩나물 시루처럼 들어앉아 학기를 견딘다. 세계 최고의 폭력선생이 선사하는 모멸스러운 폭력에도 잠잠히 참아준다. 그러나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학교 측에서는 갖은 이유를 들어 신입생들을 퇴학 혹은 정학시키기 시작하고 영문도 모른체 신입생들은 수련회를 가장한 지옥훈련까지 떠나게 된다. 신입생들에게 유달리 혹독하게 구는 학교 측의 구리구리한 속사정을 알게 된 주인공들은 결국 탈출을 감행하는데.......

그의 필치가 으례 그래왔듯, [레벌루션 No.0] 역시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스포츠카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처럼 사건은 망설임없이 일어나고 인물들은 성큼 성큼 튀어나간다. 그리고 그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 우리의 꼴통들은 고민한다. 경쾌하지만 충분하게. 진지하지만 명랑하게. 마치 청춘이 춤을 추듯이.







누군가 그랬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엄청난 영웅에게 있지않다. 스스로를 바꾸는 자가 세상을 바꾸기 마련이라고.

다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바꾸기 위한 동기다. 변화와 각성의 때를 알리는 한 발의 총성! 그 스타터 피스톨.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음성을 듣고 꽃이 된 시인이 있다. [레벌루션 No.0]에는 초주검이 되도록 날아드는 세상의 뭇매를 스타터피스톨 삼아 각성의 굉음을 듣고 혁명가가 된 전설같은 꼴통들이 있다.

, 자꾸 꼴통, 꼴통 한다고 해서 아주 유치하고 저급한 고등학생들의 반항기라고는 속단하지 마시라. 누군가보다 먼저 깨달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밖에 없다는 그들의 말 한마디마다 혁명가의 건전하고 강한 기운이 자리하고 있음을, 페이지를 열어 그들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알수가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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