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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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AI가 만든 영상과 촬영한 영상을 구분할 수 있는가? 나의 대답은 ‘없다’이다. 영상만이 아니다. 챗GPT가 그럴 듯하게 지어서 내놓은 이야기 중에 어디가 진실이고 어디가 거짓인지 알아채는 일은 쉽지 않다. 이미 상황이 이런 와중에, AI는 분초가 다르게 똑똑해지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AI가 우리의 직업을 대체해서 겪는 곤란함보다 AI가 생산하는 가짜들 사이에서 겪는 당혹감에 먼저 시달리게 될 것만 같다. 


 창의력과 공감 능력마저 AI에게 강제로 양보하게 된 시대에, 그렇다면 과연 사람은 무얼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제각기 적당한 답을 내놓았는데, 나는 ‘수치심’과 ‘의심’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과 의심하는 일. 언젠가 사람과 구분할 수 없는 AI가 등장한다면 이런 질문을 그들을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네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때는 언제야?’ 


 사람은 의심한다. 의심해야 한다. 다 믿지 말고 의심해야 한다는 말은 성경에도 적혀 있다. 왜? 사람은, 사람의 뇌는 직관해서 정답을 바로 내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정보를 꿰어서 어떤 패턴을 발견하면 (혹은 패턴을 지어내면) 뇌는 곧바로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어버리고 그 사실에 근거한 선택으로 행동을 옮긴다. 이것은 그간 우리가 생존해 온 삶의 방식이다. ‘직관을 빅데이터의 정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러한 직관이 그동안은 비교적 편리한 삶의 도구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상황이 좀 다르다. 내가 습득하는 데이터 자체를 왜곡할 수 있는 AI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이런 치명적인 변수가 없었기 때문에 직관이 꽤 쏠쏠한 도구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좀더 치밀한 시선이 필요하다. 계산은 빠르게, 결론은 신중하게 내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오직 앞서 세운 가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목적으로 데이터에 접근하였다. 데이터를 단 한 번만 살펴봤기에 도출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하나의 발견이다. 이는 증거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려는 싸움에서 거두어 낸, 작지만 값진 승리이다. 

 다시 경고로 마무리하자면, 어떠한 발견도 절대적인 진실을 될 수 없다. 이처럼 우리가 두 번 연속으로 운이 좋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 (중략)

 확실성은 결코 완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론을 불확실성과 확실성으로만 나누는 단순한 사고를 피해야 한다. 

246쪽 


 우리 뇌는 확신이 없다면 아무 행동도 취할 수 없다는 듯, 확실성을 최대한 화보하도록 설계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잘못된 확신이라도 있어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뇌가 다양한 확신의 정도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일보다 행동 방침을 선택하는 일을 더 우선시하는 듯이 말이다. 

 325쪽 


 스페인이 데이터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오해하는 것들을 수치를 분석해서, 우리의 시야를 새롭게 해준다. 모든 것을 수치를 기준으로 해석하지만, 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류에게 덜미를 잡히지도 않는다. 얼핏 사실처럼 보이는 잘못된 해석에 대해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또 다른 사실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축구선수단의 생일 분포를 분석한 내용이었는데, 이 책의 내용을 몰랐다면 정말 1~3월생들이 축구 선수로 유망하다는 나름의 분석을 사실이라고 믿었을 법하다. 저자는 시종 ‘수치’에 대해서 분석하면서도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하는 잡음-우연에 대해서도 주의한다. 동시에 수치로 보여지지 않는 ‘운’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사람들이 외부에서 빌려온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지나친 단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로 우려스럽다. 간접적인 정보에만 기댄 나머지 오히려 신중해야 함에도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무지는 우리를 대담하게 한다. 

348-349쪽 



 사람은 객관적일 수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객관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평생에 걸쳐, 이런 노력이 없다면 결국 잘못된 직관으로 얻은 잘못된 확신의 가장 큰 피해는 자기 자신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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