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문장들 - 설득력 있는 메시지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김지은 지음 / 웨일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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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이런 거까지 할 줄 아네?"

챗지피티나 제미니, 클로드나 뤼튼 등등 AI를 써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원하는 형식이나 분량, 대상, 용도만 정확히 입력하면 AI는 꽤나 괜찮은 출력물을 만든다. 문장력이 약한 사람도 그럴싸한 글을 쓸수 있고 구성력이 부족한 사람도 책 한 권의 원고를 완성할 수 있는 시대다. 십년 동안 글을 써온 사람이나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나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는 내용을 만들 수 있는 시대. 변별력이라는 단어가 무덤에 묻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 이런 시대에 글을 벼루려면 이전과는 다른 정교함이 필요하다. 이 정교함을 '전략'이라고 불러야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전략의 문장들]을 쓴 김지은 저자는 25년간 글로벌 PR 에이전시와 여러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리더로 활동했다.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전략적 메시지 설계, 실무 현장에서의 PR 글쓰기 교육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저자는 전통적인 기준에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안내하기 보다는 글에 담기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집중한다. 글이라는 그릇에 담을 본질을 만들려면 '전략적 사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저자는 여러 상황과 형태의 메시지를 만드는 전략적 사고 과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25년치 경험과 노하우를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다니, 정말 좋은 세상이다.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전략 메시지는 문장력보다 '관계 구축력'을 지닌다. 상황을 통찰하고, 구조를 수립하며, 수신자의 감각에 맞는 온도를 갖춘 메시지야말로 진짜 영향력을 발휘한다. 영향력 있는 메시지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갖춘 메시지다.

- 관점이 있는 문제의식, 구성력, 말의 온도 . - 책 83쪽


저자는 PR글쓰기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목표'를 점검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브랜드 언어, 위기와 신뢰 회복, 뉴스,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내부 메시지 순으로 차례 차례 메시지 설계 전략이 이어진다. 제일 마지막에는 이 시대이 윤리적 글쓰기에 대한 내용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8장 부분은 무얼 진정성이라고 볼 것인지 고민하던 내 의문에 여러 가지 단서를 주었다.


신뢰할 수 있는 메시지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우선 '전달'과 '설득'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전달'은 사실을 공유하는 것이고 '설득'은 사실은 해석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중략) 눈길을 끄는 문장은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남기는 문장은 다르게 써야 한다. 진심은 포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추지 않는 태도, 정확한 근거, 흐름이 있는 의미의 구조, 이 세 가지가 갖춰진 메시지만이 진정성을 가진다. 결국 PR 실무자가 만드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신뢰의 구조'다. 그 구조는 단어의 선택, 감정의 균형, 그리고 맥락의 배치로 완성된다. - 책 345쪽


오랜 경력의 실무자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서 만든 책은 많지만 그런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은 돋보인다. 당장 오늘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 참고가 되는 쏠쏠한 실무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메시지를 갈고 닦는 법'을 안내하는 방식과 내용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메시지를 전할 대상의 입장과 니즈에 집중한다. 사과문을 써야 할 때는 사과해야 할 대상의, 홍보자료라면 기자들의, SNS 게시글이라면 해당 매체의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보통 메시지를 구성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메시지는 수신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메시지의 대상이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누구에게 전달하는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으면, 메시지는 엇나가기 쉽다. 글이든, 말이든, 그것이 어떤 형태와 형식을 갖춘 것이든, 메시지라는 건 본질상 '소통'이다. 소통은 공감이나 경청, 호응에서 더 나아간 조응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필요한 글쓰기 전략이라는 홍보 문구에 끌려 이 책을 읽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기대 이상의 내용이라 흐뭇하다. AI 시대만 아니라 '메시지의 본질'은 언제나 중요하다. 감정까지 느끼는 AI가 곧 나타날 예정이고, 그 이상의 AI가 나타나 굉장한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메시지는 여전히 사람의 일이다.


신뢰할 수 있는 메시지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우선 ‘전달‘과 ‘설득‘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전달‘은 사실을 공유하는 것이고 ‘설득‘은 사실은 해석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중략) 눈길을 끄는 문장은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남기는 문장은 다르게 써야 한다. 진심은 포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추지 않는 태도, 정확한 근거, 흐름이 있는 의미의 구조, 이 세 가지가 갖춰진 메시지만이 진정성을 가진다. 결국 PR 실무자가 만드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신뢰의 구조‘다. 그 구조는 단어의 선택, 감정의 균형, 그리고 맥락의 배치로 완성된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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