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 - 세상을 설명하는 26가지 수학 이야기
앤 루니 지음, 최소영 옮김, 안계영 감수 / 베누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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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발견일까, 발명일까? 작년에 어떤 책을 읽다가, 나는 문득 이게 궁금해졌다. 수학은 원래 있던 걸 정립해낸 걸까, 아니면 없었는데 있게 만든 걸까? 반갑게도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을 알게 됐다. 어떻게 이런 책을 안 읽어볼 수가 있을까.

[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로 출간된 이 책 표지에는 '세상을 설명하는 26가지 수학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을 다 읽고 이 부제를 발견했는데, 이 책의 포인트를 잘 짚어낸 부제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영국 작가로, 청소년을 위한 과학입문서부터 성인을 위한 문학, 철학, 역사, 과학 서적 등을 집필했다고 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복잡한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 방식의 책을 펴내 독자들의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다. 실제로 [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이라는 책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수학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다소 복잡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 쉽게 풀어나간다. 수학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닌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철저히 맞추어, 일상이라는 범주 안에서 수학을 친근하고 낯익은 얼굴로 그렸다.



각종 미디어마다 다양한 통계가 넘쳐난다. 그리고 통계의 상당수는 대중이 특정 관점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려는 의도로 작성된다. 통계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이해하면 통계에 농락당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102쪽 


책에는 26가지 소주제가 실려 있는데, 이 중에 정말 재미있던 부분들은 현실에는 없던 음수의 등장,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무한대 개념, 통계에 대한 통찰, 계산과 측정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9. 통계는 순 엉터리에 사기일까' 는 이 챕터만 두 번 읽었을 정도로 재밌었다. 읽고 나면 왜 기사에서 연구 결과를 그렇게 실었는지, 왜 광고에서 그 수치를 그렇게 표현했는지, 왜 보험설계사가 그 내용을 그렇게 말했는지 등등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통계 수치가 새롭게 느껴진다. 동시에 왜 통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엉터리와 사기라는 과격한 단어까지 언급이 되었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저자는 통계를 설명하면서 통계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과 수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이해하면 통계에 농락당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썼는데 이 말에 100% 동의한다. '내가 이 수를, 수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했는가'의 문제는 단순한 연산이 아니라 심리와도 무척 긴밀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수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계산을 잘 하는 사람에서 나아가 삶의 여러가지 문제를 보다 폭넓게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연결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수치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백분율의 양면 중 어느 쪽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이야기의 이면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특정한 기법으로 이런 효과를 강화한다.

-106쪽


수학은 수의 복잡한 계산에 그치지 않는다. 수학은 우리의 기분, 선택, 삶의 설계와 경영까지 영향을 준다. 예전에는 언어만이 이런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수학 역시 이런 광범위하고 치밀한 학문이라는 걸 느낀다. 그래서 [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의 저자도 수학을 언어에 비유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학의 다양한 면을 끌어와 설명하면서, 동시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가 어떤 걸 선택해야 더 유리할지를 제안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별 고민없이 내렸던 선택들이, 이제 이 책을 읽은 영향으로 그 전과는 다른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이다. 숫자는 정보다. 지금, 우리는 정보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숫자는 참이고 어떤 숫자는 거짓이다. 수많은 참 속에 몇 가지 거짓이 있어도 골라내기 어려운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눈에 불을 켜고 수많은 거짓 속에 얼마 안 되는 참을 찾아야 하는 형국 속에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숫자는 남을 속이거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기에 우리는 숫자와 정보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썼다. 크게 어렵지 않은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난세를 해쳐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안목이 우리 모두에게 길러지길 바란다.



수치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백분율의 양면 중 어느 쪽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이야기의 이면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특정한 기법으로 이런 효과를 강화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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