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더 - 역경을 성공으로 뒤바꾼 평범한 영웅들
세라 테이트.애나 보트 지음, 김경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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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던 시절의 기억은 희미하다. 워낙 어릴 때의 일이기도 하고, 수영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난 이후의 즐거웠던 순간들이 그 전의 어려움들을 다 덮어버려서다. '내가 처음에 어땠더라?' 회상해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똑똑히 기억나는 한 가지는 물을 정말 많이 먹었다는 것. 처음에는 수영을 배우러 가는 게 아니라 그저 수영장 물 먹으러 가는 기분이었다. 물 밖에서 숨을 제대로 못 쉬니 물 속에서 코와 입으로 얼마나 물이 들어오던지, 물 속에서 켁켁 거리는 내가 뱉어내던 물거품이 수경 위로 부글부글 올라가던 모양은 아직도 기억난다. 하도 물을 먹고 나오니 수영장 밖으로 나오면 그렇게 지칠 수가 없었다. 수영장 셔틀버스 좌석에 늘어져서 앉아있다가 집에 가까워질 때는 거의 곯아떨어져 있기 일수였다. 재미는 하나도 없고, 음파음파는 느는 것 같지도 않아서 힘만 들었던 시간들, 아마 그때 힘들다고 그대로 수영 배우는 걸 그만두었다면 수영이 주는 재미를 지금처럼 즐길 수가 없었겠지.


우리는 세상을 사는 법을 거의 모른 채 이 세상에 태어났고, 우리가 배우고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실패하는 것이다. 자밀은 실패는 성공의 할부금이라고 믿는다. “성공의 대가는 언제나 전액 선불로 치러야 하는 고통입니다.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다면 반드시 실패와 성공을 긍정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거듭해서 실패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책 164쪽, 9장 모든 길은 실패를 거쳐간다.



사람이란 이미 익숙해진 일에선 실패를 할 수 없다. 내가 이미 능숙하게 혹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원만하게 해내는 일들을 하다가 벌어지는 건 실패가 아닌 실수다. 실패는 낯선 일을 시도할 때 일어난다. 기존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려 할 때, 늘 해왔던 방식이 아니라 처음 해 보는 방식으로 무언가를 할 때, 우리는 실패한다. 어쩌다 운이 나쁜 사람만 실패하는 것도, 운이 좋은 사람은 실패 없이 바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성공은 반드시 실패를 거쳐간다.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 중에 실패를 겪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래서 우린 실패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실패했다는 것, 내가 뭔갈 망쳤다는 것, 내가 오늘도 오답을 찍었다는 건 내가 이대로 영원히 실패자로, 오답자로 남을 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반대다. 오늘 실패한 만큼 나는 성공에 가까워졌다는 것.


책 [리빌더]는 우리가 실패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뿌리부터 전환시킨다. 이 책은 우리가 실패라고 부르는 상태, 나도 모르게 찾아온 슬럼프의 진짜 정체를 밝히고 그런 압박감과 우울감의 상태에서 시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멘탈관리법을 제안한다.

사실 한 두번의 실패는 큰 타격이 없다. 문제는 실패가 연이을 때 나타난다. 5번을 실패하고 나면 급격히 소심해지는 자신을 보게된다. 10번을 실패하고 나면 이제 우울감에 빠지고 그 상태로 50번 정도 실패하고 나면 내가 나 자신에게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 된다. 남모르게 눈물을 삼키기도 하고, 남탓을 하며 마구 원망을 해보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로 집 안에 처박혀 은둔하기도 한다. 이미 마음은 폐허가 되어 있고 빛나던 의지와 기세는 화석이 된지 오래. 그때 그 슬럼프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행동해야 할까?

이 책 [리빌더]가 그 질문에 정답이 될 순 없다. 내 인생에서 정답은 결국 내가 찾는 거니까.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가야 정답을 찾을 수 있는지를 제안하는 나침반 역할은 톡톡히 할 수 있으리라 싶다. 광고업계의 거물이라고 소개된 저자 두 명은 좌절을 딛고 일어난 경영자, 리더, 학자 등 사회 지도층이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경험담으로부터 우리가 실패와 슬럼프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과 '진실'을 가려내고, 그들이 성공적으로 다시 일어서는 데에 도움을 준 실제적인 실천 도구들을 정리해 이 책에 실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대법관이 말한 것처럼 어떤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당시에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진짜 영향은 대개 훨씬 더 나중에 드러난다. 때로 계획에서 틀어진 일이 나중에는 제 방향을 찾고 더 많은 결실을 안겨주기도 한다.

책 18-19쪽


뻔한 책인줄 알고 읽었는데, 이 책을 읽기 전과 다 읽고 난 지금, 나 자신부터가 내가 해온 실패와 현재 빠져 있는 슬럼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직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서지 않았는데도 몇 주가 나를 지치게 해던 우울함이 가셨다. 그렇다고 '그래, 내일부터는 잘 될거야!'라는 밑도 끝도 없는 낙관주의에 빠져 있는 건 아니다. [리빌더]는 창의성을 가로 막는 비관주의도 경계하지만 답없는 낙관주의 역시 비관주의 만큼이나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다만, 현재 내가 서 있는 지점,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나에게 필요한 자세를 이 책의 내용을 빌어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책이 가진 진짜 유익함은 실패와 슬럼프를 바라보는 시야를 교정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변화와 성장, 성공에 대하여 하게 되는 여러가지 오해와 착각들을 전략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 뿐 아니라 바꾸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사실,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가 가득찬 시간이어야 능률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리빌딩은 한 두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인생 전체에 걸친 기나긴 여정이라는 사실 등 잊고 있거나 착각하고 있는 사실들을 일깨워준다. 언젠가 슬럼프로 지쳐 있을 때 다시 한 번 꺼내보고 싶은 멋진 책이다.





"성공의 대가는 언제나 전액 선불로 치러야 하는 고통입니다.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다면 반드시 실패와 성공을 긍정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거듭해서 실패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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