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세 영어 말문을 트는 결정적 순간 - 아이와 교감하는 영어 그림책 학습법
오로리맘 지음 / 넥서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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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영어유치원이 있다. 금발의 외국인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건물 입구를 드나드는 모습을 종종 본다. 아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부모님과 함께 등원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그리곤 금발의 선생님 앞에선 영어로 인사를 한다. 퇴원하는 길에도 마찬가지겠지. 방금 전까지 영어로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퇴원을 하는 그 길부터는 한국어로 말한다. 나로서는 아이들이 영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말하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미취학 아동의 나이서부터 생활의 일부로 영어를 받아들인다면 아무래도 당연히 영어라는 기술을 보다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물론 생활의 일부가 아니라 생활 전체가 영어라면 당연히 영어를 깨치는 속도도 빠를 터이나 그러려면 정말 영어권 국가로 이민이라도 가야 한다. 그러기가 어려우니 사정이 허락하는 부모님들은 수백만원의 비용을 대서라도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낸다.


과연 그 길 밖에 없을까? 최초의 언어인 제1언어를 깨우치기 시작하는 나이, 그러니까 0~3세 나이의 영유아라면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 '이중언어'의 사례가 얼마든지 존재하니까. 그러나 한국인 부모의 자녀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면서 한국어와 영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부모의 무리한 욕심은 아닌가? 아이에게 부작용은 없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답하는 이 책 [0~3세 영어 말문을 트는 결정적 순간]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책은 오로리를 낳고 돌보는 엄마이자 영어 교육에 몸담았던 교육자이자 학자로서의 저자의 도전을 담은 기록, 이중언어 습득에 대한 실험이자 경험을 오롯이 기술한 보고서다.


0~3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거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관심만 가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읽어보면 유익하기까지 할 것이다. (워킹맘이라면 아마 유익하다는 말로는 모자랄 수도 있다. 빠듯한 시간을 내어 일하면서도 아이와 끈끈한 소통을 유지해가는 노하우가 들어 있다) 그러나 영어 습득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유익하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좋은 영어그림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풀어놓고 그에 따라 선별한 그림책까지 소개하니, 영어 그림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좋겠다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고 어른이 된다는 건 몸이 자라고 나이에 따라 소속과 행동 양상이 바뀌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다. 아이는 끝없는 소통을 통해서 성장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태어난 이후부터 계속 주변 사람과 사물을 통하여 자신이 처한 환경 즉 가정과 사회와 나라 전체의 사람과 문화 전체를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 한다. 소통이 없으면 습득도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일정 개월수가 지나면 어떤 아이라도 자연스럽게 제1언어를 내뱉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양육자들과의 소통, 긴밀한 교감이 없으면 언어는 쉽게 트이지 않는다.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소통의 도구를 체득하고 그 기술을 익혀가는 시간이자 그 언어에 담겨 있는 해당 사회의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제 막 한국어를 깨치기 시작한 오로리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되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다. 나의 말에 상대가 반응을 보이고 상대의 말에 내가 반응이 있어야 살아있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 한국어든, 영어든 양육자와의 규칙적이고 따듯한 소통은 아이가 효과적으로 언어를 익히도록 해준다. 또한 언어는 문화의 일부다. 아이가 교과서에 나오는 경직된 언어가 아니라 또래의 영어권 아이들과 같이 살아 있는 영어를 익히려면 아이에게 영어권 문화를 경험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도입에서 '마더구스'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출발한다. 그리고 이에 기반하여 왜 영상이나 다른 매체가 아니라 그림책으로 영어를 가르쳤는지도 이야기한다. 사람의 뇌는 연상을 하고 상상을 한다. 그림책 앞에서 아이는 눈으로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엄마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받아들인 시청각의 자극은 아이의 머릿속에 남아 연상과 상상으로 이어진다. 이 연상과 상상의 작용은 아이가 그림책을 보지 않을 때에도, 엄마와 떨어져 있을 때에도 계속 힘을 발휘한다. 엄마와 함께 읽은 그림책 속의 일들이 아이가 혼자 노는 동안 아이에게 장난감이 되어주고 엄마가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는 아이와 엄마 사이의 긴밀한 대화의 소재가 된다. 이러한 그림책의 역할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 그림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이의 기질에 따라 그림책 활용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겠으나 아이가 영상에 익숙해지기 전에 그림책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유아들에게 영어를 교육했던 경험과 저자 본인의 탐구, 실제로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면서 엄마로서 체험한 실전 육아의 경험치가 한데 어우러져 이 책이 나왔다. 손에 쉽게 잡히고 편하게 읽히는 책 한 권이지만 이 내용이 완성되기까지 저자의 평생에 걸친 시간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주 어릴 적, 처음 영어를 접했던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영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면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체험한 것들이 오로리에게 영어 그림책을 가르치는 노하우가 되었고 오로리는 지금 자연스럽게 영어가 되는 아이로 성장하는 중이다. 어려운 도전에 나서서 그 도전에서 얻은 것들을 아낌없이 공유해준 저자에게 박수를, 오로리에게는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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