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1 평화 - 진짜 핵심 진짜 재미 진짜 이해, 단어로 논술까지 짜짜짜 ㅣ 101개 단어로 배우는 짜짜짜
서의동.이지선 지음 / 푸른들녘 / 2023년 2월
평점 :
평화와 관련한 101개의 키워드를 엮은 책이 나왔다. 평화에 대한 개념적인 정리보다는 평화와 관련한 정치적, 사회적 현상, 상황 등을 모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평화는 참 아이러니하다.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평화는 항상 우리에게 필요한데 평소 우리는 그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잃어봐야 느끼는 소중함이랄까. 어떤 위협이나 위험이 닥쳤을 때, 그 혼돈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야 비로소 평화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 몸으로 배워야 아는 거겠지.
이 책의 표지에는 '단어로 논술까지'라는 부제도 적혀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확실히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권하기에 괜찮은 책이다. 물론 전쟁과 평화에 대한 현세를 보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책 한 권으로 손쉽게 알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좋다. 중학생 이상 나이의 아이들과 독서 토론을 한다면 이 책의 한 꼭지에서 주제를 골라 함께 읽고 관련한 기사를 스크랩하는 등 함께 공부한 다음에 토론을 나눠도 엄청 재미있겠다. (이걸 쓰면서 그런 토론 모임을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
책의 꼭지는 총 101개로 흥미로운 키워드가 여러 개 눈에 띈다. 겨레말큰사전, 그린데탕트, 능라도경기장 등 남북이 공존과 번영을 위하여 함께 노력할 (혹은 노력해 온) 것들도 있고 메카시즘, 청일/러일전쟁, 베르사유조약 등 전쟁의 세계사 주제도 여럿이 있다. 아무래도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빈번한 무력 위협 등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돈주, 삐라 등 북한과 관련한 주제가 무척 많다. 무력 전쟁 뿐 아니라 혐오 정서 역시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이 책의 100번째 주제로 '헤이트 스피치'는 다른 주제들 이상으로 깊이 생각해볼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평화는 뭘까? 아무런 위협이나 위험이 없는 상황, 그러니까 안정 혹은 안전의 상태를 평화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무력 충돌이 없는, 정치적 갈등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혐오 발언이나 환경 파괴, 인권 문제 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평화란 근본적으로 우리의 정신에, 우리의 의식과 마음에 존중과 존엄이 올바르게 잡혀 있는 때 완성되는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평화는 국가가 주도하거나 정치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뿐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 병행될 때 비로소 피부로 와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