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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펀 -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재미의 재발견
캐서린 프라이스 지음, 박선령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1월
평점 :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라고 주문을 외듯 노래를 부르는 광고가 있다. 비단 이 광고만 아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광고를 비롯한 모든 매체에서 '행복'이 마치 지상 최고의 목표인듯 말한다. 어느새 우리는 '행복해야만 해'라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었다. 지금 행복한 기분이 들지 않으면 마치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처럼. 행복을 연구하는 연구소도 생기고 평범한 개인의 새해 소망으로 '소박하게 행복한 한 해를 보내는 것'이라는 인터뷰를 자주 보게 되는 요즘, 이렇게 행복이 범람하니 나는 도리어 행복을 삐딱하게 바라보게 된다. "행복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내가 느끼는 행복은 감정의 상태다. 그래서 순간이다. 행복은 잠깐, 찰나, 시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불행이 왔다가 갔다가 다시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것같이 행복도 그렇다. 행복은 어느 순간 왔다가 물러가고 다시 꽃피듯 피었다가 스르르 져버리기도 하는 걸 반복한다. 사람이 시간을 붙잡을 수 없듯 누구도 행복을 붙잡을 수 없다. 나는 그래서 행복은 삶의 목표도, 일상에서 추구해야 할 상태로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행복이 삶의 원동력, 어떤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추진력의 일부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어디까지나 과정에 필요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한창 겪는 동안에는 행복이 중요하지, 라고 느꼈지만 팬데믹 이후 대면 활동을 재개하고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각종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를 겪는 동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가 탐구하고 궁금해야 해야 할 것은 행복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재미의 시대가 아닐까. 재미, 진짜 재미. 시간을 낭비하고 에너지를 소모하게만 하는 그런 빈껍데기의 재미가 아니라 나의 창의력, 행동력, 삶의 의지를 솟아오르게 하고 이전의 스트레스를 활활 날려버리게 하는 진짜 재미. 그래서 날마다의 일상에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 참신한 발상과 신선한 태도로 오늘을 살게 만드는 그런 재미가 필요한 시점이다.
[파워오브펀]은 그런 면에서 아주 최적의 타이밍에 출간된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저자 캐서린 프라이스는 '재미'가 대체 무엇인지, 우리의 인생에 재미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후에 '우리가 진짜 재미를 잃어버린 인생이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책 중반부를 오롯이 할애한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 끼친 해악, 스마트폰과 관심경제가 우리의 시간을 어떻게 파괴하고 우리의 뇌활동을 어떻게 교란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가짜 재미와 진짜 재미가 등장한다.
스마트폰으로 SNS나 포털 뉴스 등의 스크롤을 쉼없이 내리거나 아무 생각없이 넷플릭스 시리즈 여러 개를 정주행(혹은 역주행)하는 것 등은 큰 에너지가 들지 않는 활동이다. 소극적인 만큼 쉽고 아무 때나, 어디서나, 크게 고민하거나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이게 함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쉰다고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며 저런 행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이때 우리의 뇌에서 작용하는 도파민이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선택한 콘텐츠에 하루 한두번만 노출되는 게 아니라 앱을 열 때마다 노출된다. 그리고 우리는 휴대전화를 볼 때마다 앱을 열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횟수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에 달한다. 이걸 따로 떼어서 생각하면 각각의 순간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전부 합쳐지면 자유 의지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94쪽
스마트폰의 도파민 분비 요인은 종종 쓸모없거나 매우 나쁜 습관을 강화하는 반면, 진정한 재미에 반응해서 분비되는 도파민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앞으로 우리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훨씬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그런 경험은 세부 사항까지 잘 기억하도록 뇌를 대비시킨다.
157쪽
수동적 소비에는 계획이 필요 없다. 간편하고 접근하기 쉽다. 그리고 우리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지쳐 있는지 생각하면 간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걸 바라는 게 당연하다. 길고 바쁜 하루를 보낸 후에 소파에 푹 파묻히고 싶어 한다고 해서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중략) 문제는 수동적인 소비 자체가 아니라 수동적인 소비가 기본이 될 때 일어나는 일들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수동적 소비가 우리의 기본 모드가 됐다.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너무 높아서, 그리고 기술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수동적 소비를 너무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탓에 실제로 그걸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을 때도 수동적인 소비에 의지하게 됐다. (중략) 새로운 문제는 아니지만 기술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기술 때문에 일과 가정생활 사이의 경계가 약화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자유 시간을 수동적인 소비에 쓰는 것이 많은 기업의 수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74-275쪽
"당신의 인생은 지금 당신이 결정하고 있습니까?" 책 제목은 [파워오브펀]이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재미가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묻는다. 내가 구입하고, 사용하고, 소비하기로 선택하는 것들이 온전히 나의 독럽적인 결적의 결과인지를 확인해보라고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는 우리의 소비 선택권 뿐만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질 것인지조차 간섭을 받게 되었다. 위험한 건 우리가 간섭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 [파워오프펀]은 스마트폰의 영향력에 취해 있는 우리에게 더 이상 가짜 재미에 일상을 소비하지 말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진짜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걸 일깨운다. 그래서 진짜 재미가 뭐냐고?
또 재미없는 게 있다면? 바로 물질적인 소유물이다. 재미있다고 광고하는 것들을 사려고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소유물이 재미를 촉진할 수는 있어도 물건 자체가 재미를 주는 건 아니다.
자기 치료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 물러서서 어른들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그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일이 사실은 현실을 외면하거나 잊기 위한 것임이 드러난다. 술 또는 마약에 취하거나 드라마를 몰아보거나 몇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휴대전화 화면을 스크롤하는 것 등이 그 예다.
55쪽
웃음, 해방감, 자유로움, 다 놓아버리는 느낌,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자기 판단과 자의식에서 해방된 느낌, 평범한 삶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난 느낌,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것, 어린아이 같은 설렘과 기쁨, 긍정적인 에너지 증가, 온전히 자신이 된 기분
169-170쪽
그게 이 책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궁극적인 이야기다. 진짜 재미는 이런 거라고, 저자는 자신이 수집하고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을 정리해 내놓았다. 저자가 진짜 재미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 중에 두 가지가 가장 인상깊었는데 '번영'이라는 부분과 '자기 자신을 비웃어라'는 부분이다. 재미는 원인-과정-결과 중에 따지자면 원인 부분인데 이 재미로 인해 생기는 결과가 행복이 아니라 '번영'이라고 한 부분에 무척 공감이 갔다. 성공이나 성취, 행복 같은 상태가 아니라 번영이라니. 이 재미야말로 지금 내 인생에 딱 필요한 것이로구나 싶었다. 이 재미를 느끼게 하는 데에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은 '결과에 대한 신경'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몰입해서 놀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지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우스워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바보처럼 보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는데 이거야말로 애처럼 놀고 애처럼 스트레스를 풀고 애처럼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살펴보면, 이 책[파워오브펀]은 어떻게 하면 정말로 잘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무척 좋은 책이지만 왜 스마트폰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이 중반부에서 할애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관심 경제의 악영향에 대해 읽는 것만으로도 오늘 당장의 선택에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다.
또 재미없는 게 있다면? 바로 물질적인 소유물이다. 재미있다고 광고하는 것들을 사려고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소유물이 재미를 촉진할 수는 있어도 물건 자체가 재미를 주는 건 아니다. 자기 치료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 물러서서 어른들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그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일이 사실은 현실을 외면하거나 잊기 위한 것임이 드러난다. 술 또는 마약에 취하거나 드라마를 몰아보거나 몇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휴대전화 화면을 스크롤하는 것 등이 그 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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