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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평점 :
자연이 지구를 지배해 온 방법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자연은 공생과 협력을 거치며 균형을 이루어 살아왔고 때로 크고 작은 변화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내 균형을 다시 찾았고 몇몇 종이 멸종을 했어도 지구는 여전히 살아있다.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인간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시작한 지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과연 인간은 지구에서 생존할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 협력과 공생을 통하여 지구 생태계의 거대한 연결망에 편입하여 생존을 이어갈 만한 종인가, 아니면 30년 이내에 멸망해도 어쩔 수 없는 뭐 그런 종인가.
독일을 대표하는 복잡계 과학자인 디르크 브로크만은 [자연은 협력한다]를 펴내며 인간이 너무나 착각하고 있는 여러가지를 정면으로 뒤엎는다. 예를들면 인간이 '박테리아'라는 단어를 듣고 연상하는 더럽고 지저분한 혹은 병을 일으키는 불결한 인상은 실제 박테리아와는 결코 어울리지도, 비슷하지도 않다는 내용과 같은 것들이다. 생태계가 약육강식이라는 무한한 경쟁을 통하여 진화하고 번성하고 생존해 왔다는 인식도 틀렸다. 경쟁이 아니라 공생과 협력을 통해 자연은 생존해왔다. [자연은 협력한다]는 생태계를 견고하게 유지해 온 자연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건 무엇인지, 그것을 배우기 위하여 '복잡계 과학'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복잡계 과학이라는 말은 무척 생소하다. 이 책을 통해 이런 분야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자인 디르크 브로크만은 이론물리학 분야를 전공한 학자로 현재는 복잡계 과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데,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던 이 복잡계 과학이라는 게, 무엇을 목표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그리고 그 연구가 인간이 처한 위기 즉, 인류 멸종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이해가 된다.
공통점은 서로 다른 대상을 결합하는 것을 넘어서 구속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서로를 구분하는 차이점은 끝없이 많지만 공통점을 가질 가능성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현대의 자연과학은 오로지 이 구속성을 통해 발전해 왔다.
책52쪽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만 몰두하는 것은 일종의 학술적 편협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술적으로 편협해져서는 복잡한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책60쪽
이론물리학과 수학에서 출발하여 전염병학, 생물학, 신경과학, 통계물리학과 사회학까지 연구한 저자는 그래서 학술적 편협성을 뛰어넘어 학문의 융합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자연은 협력한다]에는 인간이 처한 기후위기라는 지구 환경의 변화에 대한 해법을 경제, 사회, 신경과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탐구하려는 시도가 잘 나타난다. 저자가 언급한 분야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미생물이었다. 미생물과 내가, 내 신체가 이렇게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는 걸 이 책에서 배웠다.
사람들은 연구를 거쳐 그 어떤 동물이나 식물도 미생물과의 협력적인 결합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럴 수 있는 동식물은 단 한 종도 없다. 모든 식물과 모든 동물은 체내 혹은 체외에 미생물을 달고 있다. 이 미생물들은 동식물이 살아가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책284쪽
모든 고등생물이 예외 없이 미생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미생물과의 공생이 고등생물이 발생한 약 5억년 전부터 존재했으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혼자서 존재했던 적이 없다.
책289쪽
인간이 겪는 수많은 만성 질병이 미생물의 기능 장애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모든 반추동물과 초식동물은 기본적으로 소화기관 내에 있는 박테리아에 의존한다.
290쪽
미생물과 생물의 연결성, 협력 구도를 다룬 <7장 협력>편을 정말 꼼꼼하게 읽었는데 읽어볼수록 재미있다. 이 책의 여러 챕터들도 그렇지만 특히 이 7장은 인간 사회가 현재 처한 위기 즉, 개인주의가 불러온 위기, 몰이해와 몰지각이 불러온 위기, 과도한 경쟁이 불러온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는 내용이다. 지금의 우리는 집단행동을 두려워하거나 폄하하고 자기가 아는 세계와 지식 안에서 갇혀 있는 것을 편안해한다. 그러나 단순히 기후위기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지금 무척이나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다. 내 삶에 작은 한 조각, 작은 변화 하나의 원인을 진단하기 위하여 다각도의 진단과 성찰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미생물과 생물의 공생, 협력 활동을 바탕으로 다윈이 놓친 진화의 또다른 열쇠를 설명한 내용들을 읽다 보면 '나만 아니면 돼.' 라든가 '나만 잘하면 돼.'라는 인식이 인류와 지구 전체로 봤을 때 아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복잡계 과학의 도움으로 규율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필수적인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세세한 것들만 따지다가 길을 잃지 않고 여러 현상 사이의 연결을 인식한 다음 그 공통점에서 배울 수 있다. 공통점만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이점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 우리는 그저 차이점을 규명하고 그 수를 셀 뿐이다.
책308쪽
지금까지 남다른 점, 남다른 것에만 홀려 왔다면 이제는 같은 것, 같은 점에 주목해야 할 때다. 이 책에서도 저자가 이야기 하지면 다른 인종, 다른 문화, 다른 성별 등 차이에만 집중하고 그것에 매몰되면 결국 남는 것은 갈등 뿐이다. 자연의 여러 종들이 서로 협력하고 공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종들 간에 존재하는 공통점 때문이다. 공생과 협력이 자연 생태계에 긴밀하고 견고한 연결망을 이루고 그것을 통하여 생태계가 존속해왔다면 공생과 협력의 결과,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지지 않는가. 책 속에서 등장했던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개인인 적이 없다'.
우리는 복잡계 과학의 도움으로 규율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필수적인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세세한 것들만 따지다가 길을 잃지 않고 여러 현상 사이의 연결을 인식한 다음 그 공통점에서 배울 수 있다. 공통점만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이점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 우리는 그저 차이점을 규명하고 그 수를 셀 뿐이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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