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구단 DNA - 메쎄이상의 코로나19 극복기
조원표.이상택.김기배 지음 / 하다(HadA)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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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전자상거래 회사(알리바바)가 왜 전시회를 하는 건가요? 오프라인 전시회와 알리바바닷컴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알리바바가 본사에서 오프라인 전시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런 나에게 이 책 본문에 등장하는 '오프라인 전시회와 알리바바닷컴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주는 물음이었다. 그러게? 왜 알리바바닷컴이 오프라인 전시회를 하는거지? 어차피 모든 물건은 온라인으로 거래하지 않나? 




 이 질문을 읽고 나면 문득 매년 열리는 북페어-도서전이 떠오른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구입할 때 예스24나 알라딘, 교보문고 등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고 있는데 이 북페어는 왜 매년 열리는 걸까? 오프라인에서 책을 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으프라인에서 열리는 북페어는 단순히 책을 구입하는 곳이 아니다.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 전체가 전시되고 그 문화의 실물을 경험하고 체감하는 곳이다. 더구나 어린이도서, 교구 같은 것들은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 자료만으로 제품을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다. 실물을 보고 확인한 다음에 구입한다면 얼마나 믿음직스러울까! 온라인 매매가 성행하는 만큼 오프라인 전시회 역시 꾸준히, 점차 더 크고 빈번하게 열릴 수 밖에 없는 이치다.

 그래서 알리바바닷컴은 꾸준히 전시회를 열고 B2B 보증사업을 하던 메쎄이상도 전시회 사업에 뛰어들었다. 




‘B2C 마켓플레이스는 이미 알려져 있는 완성품을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모두 가능합니다. 하지만 B2B거래는 다릅니다. 오랫동안 반복될 공급처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B2B 거래를 위해서는 직접 만나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한두 번은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공장 방문 등 스킨십이 이뤄지는 만남까지 주선하는 것이 마켓플레이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알리바바닷컴의 담당자는 “B2B 거래는 단발 거래가 아니고 원자재나 반제품을 지속해서 공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완성품 역시 오랫동안 되풀이될 수 있는 거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면거래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책 38쪽




 [외인구단 DNA]는 전시산업 회사 메쎄이상의 임원들이 쓴 메쎄이상과 전시산업에 대한 책이다. 메쎄이상과 전시산업이 모두 생소한 독자라 해도 이 책은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 문화가 연결된 지점인 전시회를 주목하여 왜 그렇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길을 지나다 보면 전시회 현수막이나 광고 간판, 버스 광고판 등에서 전시회 광고를 보게 된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시회면 특히 더 금방 눈에 들어온다. 인테리어, 애견용품, 육아용품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분야마다 연에 1회 혹은 2회 정도 전시회가 개최된다. 전시회 장소는 주로 코엑스나 킨텍스 등이다. 왜 전시회는 보통 코엑스에서 많이 열릴까? 그렇게 넓은 장소가 거기 밖에 없어서? 왜 민간 기업은 전시장을 짓거나 운영하지 않을까? 그 많은 전시회들이 다 찾는 사람들이 있을까? 





전시장 운영자가 되기 위해선 초기 투자를 상상이상으로 많이 해야 한다. 민간투자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킨텍스는 토지가격을 제외하고 건축비만 1조 원 이상 소요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전시장 1만제곱미터를 짓는 데에도 보통 2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사용된다.

256쪽 



단순계산으로는 무조건 적자이지만 국가적으로 볼 때는 전시가 일으키는 파생효과가 중요하기 떄문이다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오는 외국인 관광객, 전시회를 통해 바이어를 만나고 수출기회를 얻는 중소기업, 전시회 자체가 k-pop 처럼 한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 등을 감안해서 전시회를 키우는 것이다.

258쪽

 


모든 업종에서 오프라인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오프라인 전시회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수많은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고관여 제품으로 온라인으로 구매하더라도 그 전에 오프라인으로 확인을 합니다. 예를 들어 대형 매장에 가서 신제품 냉장고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집에 돌아와 확인한 모델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전시장의 기능만을 담당했을 뿐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전시장 기능만 하는 매장을 상설로 운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프라인 전시회를 통해 제품을 확인하도록 돕고,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되니까요.

275쪽 




 하나의 전시장을 짓고 운영하는 데에는 굉장한 비용이 든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시장은 민간이 짓고 운영한 사례가 없다. 그런데 2020년, 최초로 민간 기업이 짓고 운영하는 전시장이 등장했다. 바로 메쎄이상이 수원역 앞에 짓고 운영 중인 수원메쎄다. 메쎄이상이 전시장을 건립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는 "미쳤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디어 였으니까. 설령 생각했다 하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아이디어 였으니까. 그런데 메쎄이상은 했다. 이미 전시업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그 날부터 기존 업계의 많은 부분에 도전하고 개척하며 청개구리처럼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메쎄이상이니까. 기존 업계는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전시회를 매수하고 전시회의 광고를 바꾸고 새로운 전시회를 기획하고 수많은 전시회 운영을 통해 얻은 방대한 자료를 데이터화하여 더 질 좋은, 더 수익률이 높은 전시 운영으로 도약하는 일. 기존 업계가 하지 않았던 일들을 몇 번이고 해내왔던 사람들이 메쎄이상이다. 

 이 책은 메쎄이상이라는 회사가 전시산업에 뛰어든 배경과 어떻게 운영해 왔는지, 메쎄이상의 사내 문화와 분위기는 어떤지, 메쎄이상이 앞으로 가지고 있는 전시산업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담고 있다. 이들이 겪은 시행착오, 실패 등도 가감없이 담겨 있다. 승승장구해 온 것 같지만 난데없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적도,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까다로운 상황도 있었던 메쎄이상의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메쎄이상의 사내 문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일찍 출근해라, 돈을 열심히 모아라, 워라벨은 없다. 모두 꼰대 소리를 들을 만한 주장들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은 아니다. 우리 회사는 기꺼이 꼰대가 되고자 한다.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해야 할 말은 하는 메쎄이상은 삼시 세끼 먹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178쪽 




 생각은 진보적으로, 규칙은 보수적으로, 실행은 파격적으로. 

서로 부딪힐 것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의외로 위 조합은 상당히 잘 어울린다. 메쎄이상에서. 혼자서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걸으려면 사실 크게 어렵지 않다. 그냥 쌩또라이가 되면 된다. 누가 뭐라든지 마이웨이로 내 마음 가는대로 노빠꾸 직진할 뿐이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걷는 건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특히 여럿이 함께 실행을 파격적으로 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내문화가 중요하다. 여럿이 함께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려면 분명한 구심점이 필요하니까. 

 메쎄이상의 기업문화 중 최고 장점은 아이디어의 선순환이지 싶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 아이디어가 수용되고, 실현되고 나면 다함께 더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또 그렇게 나온 좋은 아이디어가 수용되고 실현되는 아이디어의 선순환. 

 아이디어를 낸다 -> 아이디어가 수용이 된다 -> 아이디어대로 실현을 한다 -> 더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고민한다 -> 아이디어를 낸다 -> 아이디어가 수용이 된다 -> 아이디어대로 실현을 한다 -> 더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고민한다 -> 아이디어를 낸다

 여기서 함정은, 이 아이디어대로 실현을 할 때, 그것을 실체화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개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일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말처럼 쉽게 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처럼 그냥 뚝딱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때로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수만이 동원되기도 한다) 같은 목표를 두고 손발 맞춰가며 일해야만 생각에 불과했던 아이디어가 비로소 손에 잡히는 현실이라는 몸을 얻는다.

이러하므로, 일반적인 회사에서 평범한 직원의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고 그것이 현실화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기만 한다면, 회사의 임원부터 평범한 직원까지 모두가 그 아이디어에 자극받아 ‘그래, 이거 함 해보즈아!!’하고 팔 걷고 나서서 정말로 그대로 만들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디어를 낸 직원 뿐 아니라 모든 직원에게는 굉장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 여러 번 고심하고 고뇌한 결과로 나온 꽤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려하고, 아이디어가 좋으니까 반영이 되고, 아이디어대로 나타난 결과물에 모두가 다시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면서 그 회사는 퐁퐁퐁 마르지 않는 샘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직원들의 회사가 된다.




 메쎄이상의 가치관과 비전이 확실해서일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시산업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전에 일상적으로 찾아갔던 전시회들도 거대한 산업 흐름의 중요한 일부로 바라보게 된다. 무엇보다 메쎄이상이 가지고 있는 사내 문화가 인상적이다. 직원들의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서 아예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 주말에 제발 책 좀 읽고 공부하라는 잔소리 시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 꼰대 소리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밥은 잘 챙겨먹어야 한다며 구내 식당 식단에도 관심을 갖는 회사. 세상에, 너무 재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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