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시대 - 인플레이션 쇼크와 금리의 역습
김광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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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내가 읽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경제서적을 만났다.

 최근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서 제품 가격이 저번 주와 이번 주가 다른 것을 확실하게 발견할 정도로 빠르게 물가가 오르는 것을 체감한다. 주마다 물건 가격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다보니 이제는 물건을 사려고 둘러보는 게 무서울 지경이다. 그나마도 물건이 있으면 양반이다. 이마트에서 이마트 PB 식용유를 사려고 몇 달을 기다리다가 포기했던 적도 있다. 물건이 안 들어온다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신호탄이었다. 공급부족과 그에 연이어 지극히 자연스러운 물가 상승을 알리는 신호탄. 더 무서운 건 경제 전문가들 대부분이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는 사실이다. 물가가 오르다 오르다 진짜 이 정도로 무섭게 오르는 건 처음 겪는 일인데 꼼짝없이 이걸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는 게 참 암담하다.

 주식 투자도, 코인도, 금이나 달러도, 부동산 투자도 하지 않는 이유는 나에겐 그럴만한 자본금도, 깜냥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 살고 있는 집 한 채 있는 걸로 족하고 여기서 뭘 더 자산을 늘려봐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댓가 없는 이득은 없다. 작용-반작용은 우주의 섭리다. 누군가는 이런 가치관을 자본주의에 무척이나 위배되는 어떤 극렬무도한 것으로 생각하여 대놓고 비웃었으나, 뭐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나에게 꼭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요령을 부려 자산을 늘릴 욕심은 자칫하면 화를 부른다.

 그런데 그렇다고 경제 무식자로 사는 건 안 될 말이다. 오히려 나에게 꼭 필요한 수준으로만, 자본에 있어서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자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경제잘알이 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가볍게 살아가는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그 필요한 것(혹은 수준)을 갖추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아는 게 먼저다. 그래서 경제서적을 읽는다. 투자에 대한 팁을 얻기 위한 것도, 어떤 대박의 비결을 훔쳐보려는 것도 아닌, 생존을 위해서.

 

 2020년의 경제 여건과 지금의 경제 여건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달라진 여건에는 달라진 대응이 필요하다. 2020년에 무언가에 투자해서 성공했다고 해도, 그때 투자했던 방식과 습관을 고스란히 가지고 2022년에 똑같이 투자했다가는 실패할 것이다.

 163쪽

 

 김광석 저자가 지은 [긴축의 시대]는 인플레이션 쇼크와 금리의 역습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완전히 지금 우리가 직면한 세상을 축약한 표현이다. 무엇보다 '금리의 역습'이라는 표현이 뇌리에 꽂힌다. (유가, 물가 그리고 금리까지 모든 게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내 수입만) 안 올라간다며 울상을 짓는 거 나만 그래?) 경제 읽어주는 남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제전문가 김광석 저자는 유튜브 [경제 읽어주는 남자] 채널에서 매주 경제 현안을 강의하고 있다. 2019년부터 경제 전망 도서를 연이어 출간하고 있는데 이 책 [긴축의 시대]는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지금의 지점에서 아주 중요한 내용을 이야기한다는 면에서 저자가 매년 발간한 경제 전망 도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긴축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것은 피할 수 없고 정해진 미래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적 변화 속에 우리 개인은 어떤 변화에 직변할 것인가. 부동산은? 주가는? 환율은? 그리고 그 변화 속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투자를 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까?

202-203쪽

 


 이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난 후에도 마음이 무척 씁쓸하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긴축의 시대. 수도꼭지를 최대로 틀어 어떻게든 돈이 풍요롭게 돌게 하려던 시대는 몇 년 전으로 사라져 가고 이제는 수도꼭지를 잠궈 나가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건 마치 지구의 자전 같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속이 참 아리다. 살기 좋던 때는 다 지나갔구나 싶고. 저자가 썼든 불과 2020년과 2022년이라는 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가 이렇게나 많이 다른데 위드 코로나인 지금과 또 그 이후인 내년과 내후년 역시 무척이나 많은 변화가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기대보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조심스레 한 발, 한 발을 내딛으며 살아가야 하는 게 슬프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이어지기에 긴축의 시대에, 내가 나의 자본을 지키고 내 삶을 보존하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무얼 알아보고 공부하고 대비해야 하는지를 아는 게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김광석 저자는 우리 개개인이 직면한 이 엄정한 시대의 변화를, 각종 경제 지표와 정책 변화가 예고하는 전환을 세밀하게 포착해서 이 책에 담았다. 위드 코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보호무역주의, 식량전쟁 등 우리가 오늘 뉴스에서 읽은 이슈들을 경제의 눈으로 세공하여 이 책으로 가져왔다. 그러다보니 이 글의 맨 첫 문장으로 썼듯, 내가 읽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추천하게 된다. 실시간으로 공부가 되고,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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