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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격차를 줄이는 수업 레시피 -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차이를 넘어 함께 성장하기
박명선.정유진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22년 2월
평점 :
"아이고,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우리 손자가 학교를 8번인가 그것 뿐이 못 갔어. 근데 야가 1학년인데, 학교를 8번 갔다 오니 2학년에 되뿌렀네."
아는 분이 자기 손자 이야기를 하시다가 기가 찬다는 듯 손사레를 치셨다. 어디 이 뿐이랴.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충격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까닭에 아예 자녀들 등교를 시키지 않는 부모님들이며, 아이들이 비대면 수업을 하긴 하는데 이건 뭐 수업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라며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닌 부모님들까지. 급격히 찾아온 비대면 시대에 과연 우리 아이들의 학습 상황은 안녕할까? 어차피 학교 수업 제대로 못 받아도 학원에 가든, 과외를 받든 하면 되니 괜찮은 걸까? 공교육에서 채우지 못한 학습의 빈틈을 사교육이 채우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공교육은 대충 구색만 맞추면 그뿐일까?
이런 이야기들은 이 비대면 시대에 아이들의 학습을 어떻게든 끌고 가보려고 교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에게는 너무 서운하고 서러운 말들이다. 갑자기 바뀐 학습 상황에 아이들만큼이나 선생님들 역시 쌩고생 중이니까. 특히 학습 격차가 더욱 커진 교실을 책임지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필요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려 애쓰는 선생님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무척 많다.
[학습 격차를 줄이는 수업 레시피]는 코로나19가 빚은 교실 풍경 속에서 현직 교사들이 어떤 노력을 쏟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명선 선생님과 정유진 선생님은 초등학생들의 의미 있는 배움을 위하여 수년 간 애써오신 분들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단연 코로나19로 촉발된 '학습 격차'의 문제를 가장 먼저,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책을 읽는 독자 역시 분명히 알게 된다. 교실 속 일상 즉, '교사가 아이들의 학습 상태를 확인하고 격려하고, 아이들이 함께 대화하고 서로 가르쳐주는 것이 학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책 6-7쪽)'
그 소중한 일상의 조각을 잃은 우리들은 그럼 잃어버린 부분을 무엇으로 채워넣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배움의 속도가 다른 아이들 각각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방법과 도구들을 제안한다. 학습 격차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 난독 진단 및 개선 방법, 학습 저해 요인 진단 검사 등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의 상태를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자료들과 해당 자료들이 있는 홈페이지들을 자세히 안내한다.
또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멀어진 학생들과 화상으로 유대를 형성하는 방법, 학습동기가 없는 아이를 위한 동기유발 지도법, 그림책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법 등 흥미로운 학급 활동을 제안한다. 저학년과 고학년 교실로 나누어 학습 격차를 극복하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는데, 특히 저학년 부분에서 아이들의 한글교육과 문해력 공부법을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이미 몇몇 다큐멘터리 등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요즘 아이들의 국어 능력은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글자는 읽어도 그를 해득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정확하게 읽고 말하는 능력,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학습 격차를 줄이는 수업 레시피]는 현직 교사 뿐 아니라 초등학생을 키우는 가정에서도 한번쯤 꼭 읽어보실만한 책이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는 6년은 아이의 공부 습관, 학습 태도의 기반이 마련되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아이가 배우고 익혀야 할 공부 습관을 익히지 못하면 이후 성장하는 동안 아이의 답답함과 불안, 불편함 역시 함께 커질 것이다. 단순히 성적이 부진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교실에서, 학습의 시간과 공간에서 주체로 서지 못하는 아이들은 점점 소외되고 밀려나게 된다. 보편적인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속하는 가장 큰 조직인 '학교'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건 아이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너무나 큰 손실이 아닌가.
이 책이 많은 선생님들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초등학교 현직 교사뿐 아니라 공부방, 학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형태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이 책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혼란한 시기에 아이들의 공부 습관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 동시에 무척이나 귀한 일이다. 귀한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이 이 책에서 많은 팁을 얻고,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들을 아이들과 함께 풀어나가며 즐거운 교실을 만들어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