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의 이동 - 모빌리티 혁명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존 로산트.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진원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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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 수단의 변화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바꾼다. 백 년 전이나, 천 년 전이나 시간의 흐름은 동일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의 부피 역시 동일하지만 그 시대의 사람이 체감하는 시공과 현재의 우리가 체감하는 시공은 무척 다르다. 마을 밖으로 이동하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희소한 일이었던 시절에 체감할 수 있는 시공이란 나의 마을,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채워진 시간 정도였을 것이다. 선명하게 느끼고 구분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정도. 초는 커녕 분 단위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에 무딘 시절은 가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마을 밖은 물론이고 단 하루 만에 나라에서 나라로 또 그 옆 나라로, 그 옆 옆 나라로, 아주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로 이동 할 수 있는 현재에 우리가 체감하는 시공은 아주 세밀하고 선명하다. 우리의 공간은 시는 물론 분 단위로, 때로는 초 단위로 바뀐다. 그러나 생의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시공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우리의 이동을 돕는 모빌리티의 혁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의 클리오를 몰고 꽉 막힌 외곽순환도로에 들어선 파리의 통근자는 거북이운행을 각오해야 한다. 그가 출퇴근할 때 각각 30분씩 1주일에 총 다섯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서비스나 앱이 있다고 하자. 그는 그렇게 아낀 시간과 거리를 위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을까?

이것이 급성장하는 시간과 공간 시장이다. 이런 시장은 대부분 최근까지 우리의 접근 범위 밖에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이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많은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12-13쪽 서문-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중에서

 

 시공은 더이상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자원이 아니다. 옷을 쇼핑하고 좋아하는 색으로 염색을 하고 직업을 고르고 취미를 찾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내 마음대로, 내 취향대로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꽉 막힌 출근길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꼼짝없이 잠과 따분함과 조급함과 다툴 것인지, 아니면 자율주행 차량 안에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밀린 업무나 과제를 해치워 버릴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 자율주행은 아직 시장 도입 전이지만 [바퀴의 이동]을 쓴 저자 존 로산트와 스티븐 베이커는 자율주행은 이미 성공적으로 완성된 기술이며 시장 도입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선택에는 비용이 든다. 그러나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업체들은 점점 많아지고 이 선택지에 매료되는 소비자들도 점점 많아지면서 시간과 공간의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 새로운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를 바라는 투자자 혹은 개발자, 공급자라면 모빌리티의 혁명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고 그건 소비자라해도 마찬가지다. 어떤 선택지가 펼쳐질지를 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

 


스트리밍이 '서비스로서의 음악'이라면, 헤이킬라가 꿈꾸는 앱은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를 제공해줄 것이었다. 이 개념은 다른 곳에서도 퍼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헬싱키에 특화된 앱을 개발했다.

146쪽

 

 헤이킬라는 "하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헤이킬라는 아직 차가 없고 삼포 히에테난의 모빌리티 앱의 윔에 가입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앱에 아직 큰 허점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 허점은 당분간 자동차만이 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녀는 가족과 해변으로 휴가를 떠날 때나 운동 장비를 갖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 때 차가 필요하다. 자동차는 단점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 가고 물건을 나를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67쪽

 

 

 자동차가 처음으로 등장한 지 약 150년이 지났다. 첫 등장 이후 자동차는 새로운 문명을 형성하고 사람의 삶은 물론 도시와 국가의 모양까지 바꿨다. 전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든 것만큼 자동차가 없는 세상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 당장 자동차가 없어지면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하지, 오후에 거래처 물건 가지러 가야 하는데 그 무거운 걸 어떻게 옮기지, 배달도 해야 하는데.... 등등등 갑자기 삶의 흐름이 일순간 멈출 것이다, 만일 자동차가 없다면 말이지. 하지만 안심하자. 자동차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바뀔 뿐이다. 운전자가 바뀌고 형태가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어 간다. 자동차가 바뀌면서 우리 삶의 시공도 함께 바뀐다. 익숙한 모빌리티에 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런 변화는 불편한 소식일 수 있다. 익숙한 시스템에 계속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 역시 누구보다 큰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특히 [바퀴의 이동]을 읽은 후에는 더더욱 그렇다. 파도가 밀려오는 걸 멈출 순 없다. 밀려오는 파도를 피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파도를 잘 타는 법을 가능한 빨리 익히는 수밖에.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변화 중인 모빌리티에 대한 정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지에 대한 힌트가 공존하는 [바퀴의 이동]은 모빌리티의 혁명을 불안이나 불편이 아닌 반가운 가능성으로 맞이하게 해준다.

 

모빌리티 분야의 혁명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앉아 그것을 목격하는 동시에 미래의 모빌리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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