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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공부 - 혼란한 세상에 맞설 내공
김종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숙제든 뭐든 유투브부터 찾아보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장강명 작가가 '그렇게 읽기가 싫은가?'라고 했단다. 인스타에서 스치듯 읽으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저거였다. 그렇게 읽기가 싫은가?
여기서 '읽기'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해독한다는 차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그림도 읽고 감정도 읽고 온갖 신호와 사건과 분위기와 타이밍을 읽는다. 읽는다는 행위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지 않다. 읽으려는 주체에게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읽어야 할 대상이 도처에 만연해도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다. 그렇다. 읽어내는 일이 읽기의 본질이다. 읽기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일이기에 아무것도 아닌 먼지 한 톨도 그것을 읽어내는 자에 따라 시의 재료로 승화하기도 하고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기기가 아무것도 아닌 먼지보다 못한 무가치가 되기도 한다.
내가 무언가를 말하고 무언가를 쓰고 무언가를 듣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무언가를 읽느냐가 아닌가 한다. 사람은 자신이 읽어내는 만큼의 생애만 살게 되는 탓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중요한 읽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글자를 읽고 쓰는 거야 기초 교육으로 배우지만 진짜로 읽어내는 일에 주목하여 이 행위를 진지하고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학습한 적이 없는 것이다. 독서야말로 이 읽어내는 행위가 아닌가 다들 생각하지만 단순히 글자를 읽었다고 해서 그 책을 제대로 읽은 건 아니다. 나의 세계에 투영된 저자의 세계를 포착하여 이전에 없던 감상과 사유를 직조해내는 순간이 없다면 그 책을 읽어낸 것이 아니다. 이렇게 제대로 읽어내는 기쁨은 정말 어마어마하고 그것의 유익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이렇게 읽어내는 일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중요하다고 여기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낫 놓고 기역자는 알지만 그 낫으로 뭘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의 세상.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읽어낼 수는 없는 사람들의 세상. 그런 우리들은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으로 [문해력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읽어내는 기술은 여러가지가 있다. 질문하며 읽기, 조합하여 읽기, 확장하며 읽기 등등. 이 기술은 책을 읽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악, 미술 등 예술분야를 비롯하여 다양한 학문, 나아가 세상을 읽는 일에까지 확장되어 적용된다. 김종원 저자의 [문해력 공부]는 그런 읽기의 기술을 차근차근 정리해 놓은 책이다. 하나를 봐도 열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열을 봐도 하나를 읽어내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다. 김종원 저자는 문해력의 차이가 정보 흡수와 해석의 차이를 만드는 것을 지적하며 문해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렇게 쓰면 자기계발서처럼 보이는 데 스피치 잘 하는 법, 화술 좋아지는 법 같은 책은 아니다. 읽기는 본질적으로 생각하는 일이다. [문해력 차이]는 차분하게 생각하며 읽어가기에 적합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저자가 주는 정보를 한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읽기의 차원을 달리 만드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적용점을 찾아가며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읽어내는 기술이 느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책읽기가 버겁거나 싫은 사람에게 이 책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보다 잘 읽고 싶은 사람, 단순한 읽기가 아닌 깊이 있는 읽기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