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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평점 :
만요슈란 일본 고대의 노래 가사들을 모은 겁니다. 4천여개 이상의 가사를 모은 만요슈는 시간을 뛰어넘어 일본 고대 민생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는 가치가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가사가 아닌,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고 내용 역시 천황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고루 담고 있어 특별합니다.
고대의 기록이나 유물들은 시간을 초월해서 여전히 그 시대의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기이하고 각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동품 수집가들의 마음과 비슷한 마음일까요? 우리나라에도 고대 가사로 유명한 백제 가요 [정읍사]가 있죠. 달하 노피곰 도드샤~ 이렇게 입으로 되뇌어 보는 것만으로도 옛사람의 시대를 공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만요슈]를 읽는 것도 마치 그런 느낌이에요. 과연 1500년도 더 된 옛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은 어땠을지 들여다보게 되네요.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이라는 부제를 걸고 [만요슈 선집] 을 펴냈습니다. 저는 AK커뮤니케이션즈의 교양서들은 믿고 봐요. 한번쯤 읽어볼만한 좋은 책들을 꼼꼼하게 다듬고 만들어서 펴내는 출판사이니만큼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어도 후회가 없습니다. 특히 인문교양서, 역사교양서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곳이죠. 이번에 [만요슈 선집]도 좋습니다. 사실 하이쿠 같은 일본의 고전 문학에 저는 별 취미가 없어요. 그나름의 재미와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건 알지만 제 취향이 아니어서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쪽인데 이번에 [만요슈 선집]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문학이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광범위하지만 '시집'을 읽는다고 하면 훨씬 구체적이지요. 고대인들이 남긴 싯구들을 호흡해본다는 게 [만요슈 선집]을 읽고 난 감상입니다.
본래 만요슈는 4500여 수가 수록되어 있지만 이번에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펴낸 [만요슈 선집]에서는 그중에서도 만요슈 입문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작품들을 엄선해서 실었습니다. 고대 기록이라는 게, 현재의 문학적 관점에서 읽었을 때 역사적, 상황적 맥락이 맞지 않아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잖아요. [만요슈 선집]은 그런 독자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하여 간결하고 이해가 쉬운 역사적, 상황적 설명을 곁들여 만요슈를 들려줍니다.
문학 특히 시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강추합니다. 아주 색다른 맛과 멋이 있거든요. 우리나라 가사들도 이렇게 재미있게, 읽기 쉽고 보기에도 깔끔하게 디자인된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