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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다 ㅣ 그림책이 참 좋아 56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백희나 작가는 올해 아스트리드 린드르겐상을 수상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 상을 수상한 것으로 백희나 작가는 증명한 셈이다. 그녀가 짓는 동화 세상은 지구촌이 공감하고 동감하는 아름다운 정서의 세계임을. 또한 동화란 어린애들이나 보는 수준 낮은 이야기가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든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정서로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장르라는 사실까지도.
수상 소식은 희소식이지만 답답한 소식도 있었다. 2004년 출간한 [구름빵] 저작권 소송이 대법원 심리도 없이 기각되어 백작가가 패소한 것이다. 문학계에서 작가의 권리란 참으로 연약한데 그 중에서도 동화 즉 어린이 문학계에서 작가의 권리는 더욱 약하다. 백희나 작가의 패소는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구름빵을 그렸지만 구름빵에 대한 저작권은 백희나 작가에게 없다. 구름빵은 1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의 2차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져 막대한 수익을 냈지만 백 작가에게는 저작권도, 2차 콘텐츠 등에 따른 보상도 없다. 2003년 9월에 체결한 계약 중에 포함된 양도 내용 때문이다.
계약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출판계의 관행이 이제는 좀 바뀌어야 되지 않나 싶다. 작가의 저작권 자체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고려가 필요하다.
백희나 작가의 동화세계는 아주 섬세하고 부드럽다. 손으로 만지면 그림책 안의 세계가 만져지고 그 촉각에 사람의 체온과 같은 온기까지 느껴질 듯하다. 명랑하면서도 세밀한 백희나 작가의 동화 세계가 더 풍부하고 사랑스러운 색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간과 더불어 구조적인 변화까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백희나 작가의 동화책 [나는 개다]는 개 구슬이의 이야기다. 똥개 구슬이와 함께 사는 가족의 이야기가 정감 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감탄한 건 구도다. 구슬이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그림책의 구도가 다이나믹하게 변한다. 이렇게 역동적인 그림책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림책에 아무런 줄글이 없어도 이야기가 자연히 꿰어져 흘러나온다.
백희나 작가의 동화책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수없이 다른 복잡함과 새로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시선, 평범한 풍경을 따듯하고 정감 있게 빚어내는 솜씨. 독자는 그녀가 출간하는 그림책마다 경탄하고 기뻐하고 행복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