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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 핵심 가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0
이효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인상적인 기사를 읽었다. ‘지켜보면 판사 검사 눈빛 바뀐다’는 소감을 제목으로 건 재판 방청기였다. 성범죄 재판에 대한 사법 불신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국 법원을 다니며 성범죄 재판을 기록하는 목격자가 있다. 재판 방청을 기록하고 동참을 요청하는 이들 활동의 당위성은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더 충실한 재판이 이뤄진다는 지적을 부정하긴 어렵다.”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말에 충분히 담겨 있다. 재판의 과정을 지켜보려는 방청객이 많을수록, 재판의 과정과 결과에 주목하는 눈이 많을수록 법정의 분위기는 바뀐다. 법은 법정에 앉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확장되어 우리 공동의 것이 된다. 원래 법은 그런 것이고 그래야 한다.
(상기 뉴스 https://news.joins.com/article/23790145 )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이효원 교수의 헌법 강의를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것이다. 이효원 교수는 14년간 현직 검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법 및 통일법 권위자이다.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는 이효원 교수의 안내를 따라 법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헌법에 대해서 그리고 그 법과 나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차분히 생각하도록 이끈다.

‘헌법’은 법 중에서 최고의 법이며, 국가의 철학과 비전을 담고 있다. 한 국가를 깊이 알고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헌법을 알아보는 것만큼 정확한 길은 없으리라. 우리가 태어난 터전,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우리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결정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헌법은 어떤 철학과 비전을 담고 있을까? 이 질문을 글로 써놓고 보니 참 기이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의 헌법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구나. 몰라도 살수는 있다. 하지만 알고 살아가는 것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하지 않은가. 아는 만큼 즐기는 게 여행이라면 인생 역시 그럴 것이다. 법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인생과 모르고 살아가는 인생은 다를 수밖에.
현대사회에서 개인과 국가는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맺으며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국민 없는 국가가 없듯이 국가 없는 개인도 상상하기 어렵다. 개인이 자신이 속한 국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살펴보는 것은 ‘나’의 실존, 즉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고유한 자기발견을 위한 것이다. 이것은 나의 행복을 찾는 시작이기도 하다.
왜 헌법이라는 잣대로 살펴봐야 할까? 헌법은 국가의 기본적인 사상과 비전을 담고 있다. 개인이 어떻게 살 것인지를 철학하듯이 인공적인 인격체인 국가가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할 것인지를 고민해 규범으로 체계화한 것이 헌법이다. 행복한 국가의 미래상이 헌법인 것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자기이해를 위한 수단이자 기준이다.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인식하고 헌법을 통해 재인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12쪽 – 들어가는 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면서 구성원들이 잘살고 있는 국가라 해도 헌법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그 나라에 미래는 없다. 헌법은 한 국가의 이념과 가치를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과 방법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헌법을 가진 국가만이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비록 현재는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좋은 헌법을 가진 경우에는, 헌법이 제시하는 훌륭한 국가 이념과 가치 실현의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좋은 헌법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21쪽 1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 국민주권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1부에서는 ‘국민주권’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하여 법의 기본 개념, 국민주권 개념의 역사,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를 차례로 이해하며 바탕을 다진 후에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주권을 들여다본다. 2부에서는 법의 특징, 법치의 근거, 법치의 장치 그리고 우리나라 법치를 살펴보고 3부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각각 살펴본 다음 ‘자유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알아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4부에서는 한반도의 현재에 가장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평화와 통일’을 법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는 법의 이론이나 역사만 나열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현실에 닿아있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개인의 삶과 선택, 어디까지가 밀실이고 어디부터가 광장인가? 우리나라 대의제, 이대로도 괜찮은가? 여론은 과연 항상 옳은가? 한반도 통일은 법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는가?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의 한 챕터 속 소제목 하나 하나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생각의 마중물이 되어준다.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는 개인이 읽어도 좋지만 공동체가 함께 읽고 공부하기에 적합한 책이다. 아니, 이런 책은 꼭 함께 공부해야 하는 필수 도서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자기이해 첫걸음이 법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면 이 책을 정독하는 걸로 성공적인 첫걸음을 시작한 셈이다.
P.S. 21세기북스의 서가명강 시리즈는 이쯤되면 믿고 읽어야겠다. 한 권, 한 권이 주옥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