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 - 급변하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케팅 10
박기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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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선이 없어지고 있다. 모든 일에 대해서 그렇다. 국적과 국경이라는 선이 그렇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세계의 선이 그렇다. 소유의 선이 허물어져 공유경제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본업과 취미의 경계가 없어져 투잡 이상을 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기업과 소비자의 경계, 교수와 학생의 경계,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 선이 없어지는 세상에서 내가 설 자리는 어딜까?
 경계의 와해를 두고 이 책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는 ‘비정형’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비정형은 비단 산업 경계가 없어지는 현상만 일컫는 것은 아니다. 경계의 해체는 예기치 못한 특이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동생산이나 크라우드소싱 등 기업과 소비자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수와 학생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교수의 역할이 지식 전달에서 학생들의 주도적 학습을 가이드하는 조력자나 촉진자 역할로 바뀌고 있다. 역진행 학습의 등장은 수동적 학생이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제 누가 교수이고, 누가 학생인지의 구분이 그리 중요하지도 그리 의미 있지도 않다. 그저 같이 협력하면서 새로운 진리를 탐구하는 동료일 뿐이다.
책 26-27쪽

 

 

 선이 희미해진 시대의 바람 속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사실은 모든 선이 붕괴된 나머지 살아가는 모든 터전이 시장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화라는 두 가지 요소는 직접 화폐가 유통되는 시장만 아니라 세상 전체를 바꿔버렸다. 덕분에 디지털에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는 이상, 모든 사람들은 매순간 시장 논리를 벗어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수시로 들여다보는 SNS 채널 하나의 운영 이유조차 본질적으로 ‘나를 팔기 위하여’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럼 면에서 조금 많이 과장하자면, 우리가 글자를 읽을 수 있고 숫자 개념을 깨우친 이후에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분야는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마케팅은 의미를 창출하는 과정이고, 인생 역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의미 없는 삶만큼 비참한 삶은 없고, 의미 있는 새로움을 창출하는 혁신이 없으면 기업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책 6쪽

 

 

 쏘가리는 몸체의 무늬와 지느러미가 진하고 화려하다. 쏘가리의 무늬는 자신을 특정하는 개성이며 이 때문에 비단물고기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쏘가리 중에 이 무늬를 갖지 못하고 태어나는 돌연변이가 있다. 돌연변이 쏘가리는 진한 무늬도 없고 지느러미도 특별한 색이 없이 밋밋하다. 그래서 보통의 쏘가리에 비하면 열등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무늬도, 색도 없는 돌연변이 쏘가리의 다른 이름은 황쏘가리, 천연기념물이다. 기존의 쏘가리에게 응당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쏘가리는 시선을 달리 하면 밋밋한 쏘가리가 아니라 금빛 몸체를 자랑하는  황쏘가리가 된다.

 

 마케팅은 황쏘가리를 발견하는 일이다. 쏘가리에게 당연히 있어야 할 것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황쏘가리의 가치가 결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미는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이 창출한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시장이란 ‘의미’를 팔고 사는 세계일 것이다. 의미를 창출하는 마케팅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며, 마케팅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기업 경영자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마케터가 되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서 마케팅을 배워야 할까?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것은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독자적 눈, 즉 프레임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세상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 경영학에서 중시하는 시장도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경영자의 프레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프레임에 정답은 없지만 좀 더 좋은 프레임은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방법을 담은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는 내가 지난 10년 이상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에 기반해 시장을 바라보는 세 가지 프레임(수평, 비정형, 불안정)을 제시한다. 그 프레임에 기반해 새로운 전략을 열 가지로 제시한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시장 트렌드와 마케팅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도 궁극적으로 독자들이 자신의 프레임을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책 5쪽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는 박기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낸 신간이다. 마케팅 교과서는 너무 이론에 충실한 나머지 현실감이 떨어지고 트렌디한 현상을 분석하고 반영한 책들은 논리가 부실하다는 단점이 있다.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는 이론과 현상을 균형감 있게 엮으려 최선의 노력을 다한 책이다. 저자가 쓴 대로 이 책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마케팅의 본질적 원리와 개념에 근거해 다양한 현상과 사례를 분석한 내용들은 매우 흥미롭고 믿을만한다. 트렌드에만 기대지 않고 그 속에서 쉼없이 변형되고 있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바라보려 하기 때문이다.

 

 

 문제의식과 더불어 탁월한 경영자가 지녀야 할 덕목은 감수성이다. 세상, 그중에서도 사람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최근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졸이거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메말라간다. 기술이 중요한 시대라지만 사람에 대한 감수성이 없으면 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모른다.
책 159쪽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는 마케팅의 현란한 기법이나 기술을 안내하려고 낸 책은 아니다. 물론 그런 내용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마케팅의 본질 즉, 사람에 대한 감수성을 짚어내는 책이다. 이 감수성 없이는 아무리 진정성이니 정성이니 하는 단어들을 들먹인다고 해도 그 어떤 마케팅이든 전략이 아닌 거짓말이 되어버린다. 


 현재의 시장 변화의 특징을 수평, 비정형, 불안정이라는 세 가지 현상으로 특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공감과 연결, 와해와 재정의, 신뢰와 영감을 그리고 이에 관련한 10가지 전략을 제시한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는 마케팅 에센스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마케팅 책이다. 사기나 기망이 아닌 진짜 마케팅을 하고 싶은 마케터와 그런 마케팅을 알아보고 이해하고 싶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마케팅하지 못하는 사람 즉 자기 자신에게 의미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 속에서 유튜브나 여타의 sns가 알려주기 어려운 삶의 전략을 똑똑하게 짚어준다.

 

마케팅은 의미를 창출하는 과정이고, 인생 역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의미 없는 삶만큼 비참한 삶은 없고, 의미 있는 새로움을 창출하는 혁신이 없으면 기업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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