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란덴부르크 비망록 - 독일통일 주역들의 증언, 개정판
양창석 지음 / 늘품(늘품플러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브란덴부르크 문은 프로이센 제국 시절에 세워졌다. 프로이센이 프랑스와의 전쟁에 이겼을 때는 승리의 개선문,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사이의 대결의 문이자 서독과 동독의 분단의 상징,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는 통일의 상징이 되었다. 저자는 전쟁과 이념의 갈등의 역사를 지나 화해의 상징이 된 브란덴부르크를 이 책 제목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브란덴부르크 비망록]은 1989년 5월 2일부터 1990년 10월 3일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자세히 기술한 책이다. 약 1년 반의 기간 동안 독일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공산정권의 붕괴, 최초의 자유총선거, 통일조약 등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공산정권과 민주정권으로 분열되었던 독일은 통일에 이르렀다. 독일 자국민들조차 대단한 역사였다고 회상하는 이 사건은 타국인 내가 보기에, 더구나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의 한 사람이 보기에 ‘기적’ 그 자체다. 지금의 한반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분단 70년, 이미 북한과 남한의 시민 정서가 이렇게나 다른데 과연 통일이 가능할까? 단절된 두 개의 사회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 책 [브란덴부르크 비망록]은 이런 우문에 대한 현답이라고 할만하다. 이 책을 쓴 양창석 저자는 28년 동안 통일부에서 근무했다. 특히 2년 반 동안 독일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통일연구관으로, 그 후에는 독일통일연구단장으로 일했다. 이런 경험을 집대성하여 저자는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한 논문을 썼고 그것이 책 [브란덴부르크 비망록]으로 나온 것이다.
 [브란덴부르크 비망록] 원고를 다듬으면서 저자는 독일 통일 주역들로부터 들은 생생한 증언들과 통일 과정에 참여한 국가 수반들의 회고담을 함께 원고에 반영했다고 한다.

 

 증언, 회고담과 함께 현장의 생생한 사진들이 실려 있는 [브란덴부르크 비망록]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통일’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나라의 이야기였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인 모두에게 ‘통일’은 현실이다. 현재의 모든 순간이 한반도 통일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 [브란덴부르크 비망록]이 2011년에 출간되었다가 2020년인 올해 개정판으로 출간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에게 ‘통일’은 과거도, 영영 오지 않을 미래도 아닌 현재상황이라는 것.

 

 

  이 책의 주인공은 동독 주민들이다. 독일통일을 ‘흡수통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흡수통일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동독 주민에 대한 일종의 모욕이다. 통일의 주체를 서독으로 보는 것이다.
7쪽

 

 그는 통제와 감시가 있었지만 100% 절대적인 통제는 불가능했다면서 조직 활동은 통제했지만 개인의 사고는 통제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비록 정치집단을 조직할 수는 없었으나 친구들끼리 토론 모임은 가질 수 있었으며, 이러한 모임이 1989년 데모 확산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45쪽 

 

 

 독일 통일이 한국인들에게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이 책이 짚어준다. 통일의 주역은 정부나,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아니라 시민사회라는 점이다. 물론 통일이 이루어지려면 정부와 국제사회의 분위기, 주변국의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맞물려야 한다. 소위 말해 ‘때’가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인용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대로 이 때 즉, 기회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절대 오지 않는다. 정말로 우리가 원하는 대박적 통일을 이루려면 국민 개개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독일 통일이라는 우수한 선례를 배우고, 현재의 국제 정세를 냉철하게 읽고 개개인이 ‘통일’에 가장 적합한 사고가 무엇인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브란덴부르크 비망록]이 대학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정치나 국제 관계를 공부하는 대학생뿐 아니라 투표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고 통일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이 형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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