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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
강혜은 지음 / 하영인 / 2020년 3월
평점 :
개학이 연기되면서 지금 이 순간, 가장 힘들어하실 분들은 유아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아닐까 싶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 되면 그냥 저들끼리 노니까 돌봐주거나 간섭할 일이 적어 보이는데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은 경우가 좀 다르다. 일단 손이 많이 간다. 예전 회사 선배가 대전에서 초등학생 남매를 기르는데 요즘 올라오는 언니의 인스타를 보면 대부분이 고된 육아에 대한 하소연이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오밤중 놀이터에서 남매가 뛰노는 사진을 찍어 올린 언니의 인스타에는 #집에들어갈생각이없음주의 #낮에는어떻게참았니 #그래놀아라놀아 같은 태그가 붙어있다. 나야 구경하는 입장이니 웃음이 나지만 현실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차마 울 수는 없기에 나는 쓴웃음으로 이 시기를 지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개학까지는 열흘도 더 남아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영 잡히지 않고 있어 온라인 개학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를 보내기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고, 안 보내자니 집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님들의 한숨을 덜기 위한 놀이 책이 있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의 관심을 창의적인 놀이로 돌려보자는 취지의 놀이 가이드책이다. 재작년부터 교육계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서 꾸준히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난독증, 낮은 문해력이다. 글보다 영상에, 사람보다 스마트폰에 친화적인 세대일수록 난독증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문해력 수준이 심각하게 낮다. 너무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몰입한 탓이다. 이미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하여 고발된 이 위험한 현상에 뚜렷한 해법은 없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이 세 가지 차원에서 점진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개선이 필요할 뿐이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의 일환이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를 지은 강혜은 저자는 방송 작가로, 자유기고가로 일해왔다. 아들을 기르면서 그는 ‘아이들은 차가운 스마트폰이 아닌 사람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놀아야’ 한다는 걸 깨닫고 우리 시대 아이들이 진짜 놀이를 즐기기를 바라며 이 책을 엮었다.
책은 재활용품으로 새로운 걸 만드는 놀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 온몸으로 체험하는 놀이, 생활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놀이, 책과 연계한 놀이 등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이나 TV, 컴퓨터 모니터 등으로 영상을 보는 것에만 꽂혀 있는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거나 몸으로 뒹굴거나 상상해볼 수 있는 다채로운 놀이 방법들이다. 별다른 도구 없이도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만들기와 놀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이들끼리 직접 해볼 수 있는 놀이도 있지만 대부분 부모와 같이 하는 놀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품이 들어가니 힘이 들 수도 있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좋다. 엄마나 아빠와 같은 걸 하면서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이나 유대감은 이런 때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엄마와 같이 지점토로 꾸몄던 보석함, 아빠와 함께 만들었던 풍차나 어린이용 의자 같은 것들. 그때 부모님과 같이 만들었던 장난감이나 소품들은 이미 부서지거나 망가져서 버린 지 오래지만 기억들은 힘이 세다. 굉장히 오랫동안 그리고 꽤 자주, 살아가는 동안 그런 기억들이 소환된다. 어릴 적 놀이의 추억은 아주 사소하기 때문에 소중하다. 그런 사소한 시간들의 가치는 성인이 된 후에 비로소 빛이 난다. 스마트폰에게 붙들린 아이들이 이 책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에 실린 놀이들로 빛이 나는 기억들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