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꽃은 피는 때가 있고 지는 때가 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꽃이란 한철임을, 그래서 그것이 피어날 때 그 향기에 흠뻑 취해야 하고 그것이 질 때 미련 없이 보내주어야 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을 가슴이 따라준다면 이 세상에 이 수많은 멜로는 왜 있으며, 애틋한 이별 노래들은 누구를 위하여 지어졌을까. 꽃이 만개한 채로 영원히 함께 있어준다면 세상에 뿌려진 슬픔의 절반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경선 시인의 시집은 연인과의 한 계절을 그렸다. 따듯한 봄바람이 불어, 산에 진달래들은 벌써 달아오른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진분홍 눈웃음을 지었더라. 소리도 없이 입술을 달싹이다 불현 듯 토해지는 고백처럼 꽃들의 함성이 이제 산 지천에 깔릴 터다. 살그머니 다가온 연인과의 인연은 봄꽃 피듯이, 사랑이 문득 식어지고 연인과의 이별 역시 꽃 지듯 한다. 이경선 시인은 연인과의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시들을 이 시집에 담았다.

 

 한창 연애를 할 때 그리고 이별을 겪으면서도 나는 시에 의지해본 적이 없다. 연인만큼 무궁무진한 영감을 주는 건 없다고, 나도 그에 동의는 하면서도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시든, 대중가요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듣고 흘리곤 했다. 감성이 무딘 탓이라고, 지금은 겸허하게 나를 성찰하는 중.

 

 예전에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SNS에 사랑을 주제로 한 시나 짧은 글귀들이 무척이나 많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개인 채널이 많아진 덕분이겠지만, 아무리 개인 채널이 많아도 사람들이 ‘사랑’에 관심이 적다면 관련한 콘텐츠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사랑에 대하여, 이별에 대하여, 그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노래하는 시가 많다는 건 아직 우리는 그런 감성이, 감정이 죽지 않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그대가 피었다.
 그대가 저문다.

 

시집의 소제목 두 문장만으로 한 편의 시가 되고야 만다.
피었다 저무는 그대는 또 어디 다른 사람에게 가 닿아 다시 피어날테고, 나 역시 그대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인연이 닿아 또 다른 꽃으로 피어나겠지. 그러다가 또 지고, 피고 다시 지고. 심수봉 님이 부른 <백만 송이 장미>가, 수많은 꽃이 피고 나는 별나라로 갈 거라는 아름다운 가사가 왜 그리 슬펐는지 이 시집을 읽으면서 깨닫는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내 삶은 너로 인해 빛났어
지난날들에 후회로 가득했던 내게
그날들이 모두 너를 만나기 위한 시간이었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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