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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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습관이 좋은 생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새해가 되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아침 운동하기나 일기쓰기 혹은 일주일에 몇 권 이상 독서하기. 인생이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돛, 작더라도 의미 있는 결실을 남기는 자양분을 얻고 싶은 열망이 ‘습관 만들기’를 시도하도록 불을 지핀다.

 그런데 이 불에 되려 나 자신이 까맣게 타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분명 뭔가를 해보자고 시작할 때의 나는 ‘하면 된다!’는 기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는데 아뿔싸 불이 너무 센건지 장작이 너무 약한건지, 이 불같은 기세는 며칠을 못 가 내 모든 노력을 탈탈 태우고는 사그라진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이걸 하고 있나’ 식의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오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기 성찰이 뒤따르면 이미 나는 모든 전의를 상실하고 ‘살던 대로 살자 aka 되는대로 살자’라며 오래된 습관의 품에 다시금 나를 맡기고야 만다. 전남친에 비견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오래된 나쁜 습관. 대체 나는 왜 이 모양이야? 이 정도로 내가 의지박약이란 말야? [해빗]의 저자는 우리의 이런 고민에 대해서 이렇게 답한다.

 

 

 

 

 

지난 1세기에 걸쳐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시청하고 더 많이 소비하도록 설계된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세상에 등장했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저가 밤새도록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유도하고, 수많으 온라인 쇼핑몰은 원클릭 결제 시스템과 결합해 소비자의 과다 지출을 촉진하고, 대형 마트의 계산대는 달콤하기만 하고 영양가는 없는 정크푸드를 구입하도록 유혹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자동으로 반복하도록 조작된 함정들이다. 이런 세상에서 오직 개인의 의지력에만 의존해 저항하는 건 진이 빠지는 일이다. 마치 압력밥솥처럼 분노가 폭발할 때까지 욕망과 충동을 억누르고 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8쪽 한국 독자들에게, 저자의 머리말 중에서

 

 

 그동안 우리는 습관을 형성하지 못하는 건 노력이 부족하거나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해왔다. 노력하기 싫어하고 심지가 연약해서 그런 거라고, 그러니 밤낮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금연도 실패하고, 아침 운동 가는 일에도 실패하게 되는 거라고 스스로를 (혹은 타자를) 생각해왔다. 그러나 [해빗]은 다르게 이야기한다. 환경과 상황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걸 먼저 인식해야 한다. 그러니 이전과 다른 환경과 상황이 새로운 습관의 시작이다. 


 습관은 무의식에서 나오고 노력은 의식에서 나온다. 새로운 행동 양상이 몇 번 거듭되는 동안은 의식이 관장하지만, 이것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어느새 무의식이 이것을 수행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런 상태를 ‘습관’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행동 양상이 습관으로 자리잡기까지는 그 행동 양상을 지속해줄 든든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 책 [해빗]은 무엇을 어떻게 지원군으로 삼을지를 안내한다.

 

 [해빗]은 저자가 연구하고 관찰하고 취재한 여러 사례와 실험 기록들을 근거로 ‘습관이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분석 정리한 책이다. 책속에서도 운전을 예로 든 부분이 있는데, 내 운전 경험을 돌이켜 보면서 이 책을 읽으니 이해가 쉬웠다. 면허를 딴 후 처음으로 혼자 운전을 했을 때는 주행 중에 일체 다른 것은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눈은 오직 전방에 고정되어서 사이드미러 보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내게 운전이 얼마나 힘들었냐면, 쌩초보 딱지를 달고 인천을 다녀온 후 열흘 동안 몸살을 앓았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운전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아니, 아무런 힘이 들지 않는 일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운전을 해야만 하는 환경’과 ‘이 환경 후에 내가 얻게 되는 보상’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습관은 쉽고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습관은 무의식(이 책 [해빗]에서는 비의식이라고 썼다.)의 영역에서 나의 생활을 경영하는 일종의 운전대다. 만약 우리가 정말 하기 어려운 일들을 이 습관으로 삼아 쉽고 자연스럽게 수행하게 된다면 얼마나 편해질까? 힘을 덜 들이고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된다면!
 저자 역시 이런 ‘습관’의 힘으로 독자들의 인생이 힘은 덜 들이고 더 많은, 의미 있는 것들을 성취하게 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해빗]을 썼다고 한다. 
 


 

 습관의 특징, 습관의 형성과 사람의 행동 원리, 충동과 의식 그리고 인생 안에서 수없이 마주하게 되는 혼란과 단절과 변수와 관계되는 습관의 변화에 대해 이 책이 설명해주지만, 이 책이 오늘부터 당장 내 습관을 대신하게 되는 건 아니다. 습관이 만능열쇠도 아닐뿐더러, 습관만 맹신하지 말라는 경고도 이 책에는 담겨 있다. 결국 자기에게 유익한 습관 설계와 운영 , 자신만의 시스템을 창조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구슬이 서말이 아니라 백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이 책에서 내가 좋은 습관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내 의지가 박약한 탓만은 아니라는 뜻밖의 격려와 ‘그래, 머리 굴리며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해’라는 새로운 불씨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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