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아티스트 하우스 에디션)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왜 이 책 [방구석 미술관]이 36쇄까지 찍을 정도로 잘 팔렸는지 알겠다. 더 찍어도 괜찮을 만큼, 너무나 독보적으로 잘 쓴 책이다. 서양 미술사와 주요 작가들을 소개한 책들은 굉장히 많다. 정말로 많다. 한 분야에 많은 책이 (특히 신간들이) 있다는 건 그만큼 독자들의 관심이 많음을 방증한다. 또한 이런 경우 각 책의 개성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같은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개성이 특별하지 않으면 이 책이 그 책 같고 그 책이 저 책 같고, 또 저 책이 이 책 같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실제로 나는 작년에 서양 미술사와 주요 작가들을 소개한 책을 네 권 가량 읽었는데 그 중에 책 이름이 기억나는 책은 한 권 뿐이다. 아, 근데 이건 나의 기억력이 별로인 이유도 있으니 책 탓은 하지 않는 걸로....

 

어쨌거나, 비슷비슷한 내용과 개성을 가지고 있는 책들 중에서 이 책 [방구석 미술관]이 이토록 오래 그리고 뜨거운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알고 싶으니 읽어야 했다. 읽으면서 놀랬다. 너무 재미있어서. 이미 팟캐스트에서 내용의 질과 재미가 증명된 덕분일까?

 

 

 조원재 저자는 미술 분야 팟캐스트 1위인 「방구석 미술관」의 기획자이자 진행자다. 팟캐스트에서 검증된 저자의 입담은 책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뭉크, 고흐, 드가, 고갱, 피카소 등 이미 익숙하게 이름이 알려진 화가들의 작품과 인생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도록 저자는 스토리텔링에 아낌없이 정성을 들였다. 화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한 마디로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카피와 사진으로 첫 장을 시작하여 한 편의 소설처럼 화가의 서사를 읊어준 저자는 제일 마지막 장에 가선, 마치 교과서에 실리는 요약 코너처럼 해당 꼭지의 주요 부분이 한 눈에 읽히도록 정리까지 해준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미술 분야 기초서적이라고 누구에게 추천해도 성공각. 추천 고맙다는 후기를 보장하는 책 [방구석 미술관]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반 고흐, 고갱 등 화가를 미술사 관점에서 주로 봐왔습니다. 그 외에 다른 부분은 편집된 채 말이죠. 그래서 ‘미술’하면 고상하고,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사실 알고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미술이 고상하고 우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역사에 남은 거장들은 우리와 다를까요? 그들도 우리처럼 울고, 웃고,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인간 아닌가요?

 이 책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예술가를 생생한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이 책을 펼친 당신은 예술가의 작품 탄생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방구석에서 낄낄대며 만나게 될 것입니다. 거장이라 불리게 되는 예술가는 사후에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대상이 되며, 그에 따라 다양한 학설이 등장하는데요, 이 책은 일반적으로 사실로 인정되는 것과 더불어 여전히 논쟁이 활발한 학설까지도 적극 끌어왔습니다. 이를 통해, 미술을 보는 당신의 관점을 보다 다양하게 열어드리고자 합니다.
[방구석 미술관] 저자의 서문 중에서

 

 [방구석 미술관]은 14명의 화가 개개인을 챕터별로 소개하면서도, 미술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걸 놓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각 화가들이 태어나고 자랐던, 활동했던 나라와 사회는 제각각 다르나 시대가 바뀌는 징조와 결과, 세계사 속 굵직한 사건, 동시대를 살았던 화가들이 서로 주고 받았던 영향이 함께 설명된다. 독자는 커다란 퍼즐을 맞춰가듯 하나의 액자 속에서 확고한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화가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교집합 없는 단편들을 여러 개 모아 출판만 같이한 그런 책자가 아니라, 단편 속 인물들이 서로 상응하고 조우하는 촘촘한 짜임새의 소설모음집을 읽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데, 그건 바로 몇 백 년 전을 살았던 화가와 나의 서사의 교집합을 발견하는 일이다. 약자들의 빈곤하고 처절한 삶을 화폭에 옮긴 사회적 감성지수 만랩의 에드가 드가나 퇴사 후 개고생 속에서 위대한 작품을 남긴 고갱 같은 화가들의 생애는 미술사측면에서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일상의 나, 평범한 개인의 서사와도 공명을 한다. 이런 화가들이 겪었을 당시의 고뇌와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마치 내 것처럼 익숙하고 선명해서, 그들이 동시대에 동병상련의 지인인 것 같은 동지애까지 느낀다. 바로 이 부분이 [방구석 미술관]이 같은 내용을 다룬 여러 책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이다. 별에서 살 것 같은 화가들과 나의 연,결,고,리^^

 

 

 

 조원재 저자에게 박수를 쳤던 부분이, 각 화가의 입장에서 그의 작품세계, 사상, 생애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독자의 관점을 이끄는 해설 능력이다. [방구석 미술관]을 배달 받은 그 날 ‘그냥 가볍게 한 두 꼭지만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첫 장을 펴기 시작했는데 어느 새 한 권을 다 읽어가고 있었다.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대략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여러 책을 읽기보다 이 책을 여러 번 읽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읽기에 좋은 미술 분야 서적으로 이만한 재미는 또 없지 싶다. 강력 추천. 

 

이 책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예술가를 생생한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이 책을 펼친 당신은 예술가의 작품 탄생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방구석에서 낄낄대며 만나게 될 것입니다. 거장이라 불리게 되는 예술가는 사후에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대상이 되며, 그에 따라 다양한 학설이 등장하는데요, 이 책은 일반적으로 사실로 인정되는 것과 더불어 여전히 논쟁이 활발한 학설까지도 적극 끌어왔습니다. 이를 통해, 미술을 보는 당신의 관점을 보다 다양하게 열어드리고자 합니다.
[방구석 미술관] 저자의 서문 중에서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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