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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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윤성철 교수가 서울대 교양과목인 <인간과 우주>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기원에 대하여 현대 천문학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의 우주관, 그 우주관이 어떤 발견들을 통하여 뒤집어졌고 엎어졌다가 새로운 이론과 법칙들로 발전해왔는지를 정리하고, 현대 천문학이 발견하고 정립한 우주와 생명체에 대하여 안내한다.

 

 이 책을 읽고 빅뱅 이론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천문학이나 우주물리학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던 나였는데 이 책에서 우주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따른 뒤에 ‘그럼 빅뱅 전엔 뭐가 있었지?’라는 궁금함이 생겼다. 찾아보니 빅뱅 전에는 시간과 공간도 없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럼 그 전이야말로 ‘영원’의 상태였다는 거 아닌가? 백년인생 밖에 안 되는 내가 수십억, 수백억 년 전을 너머 시간과 공간조차 없던 시절을 가늠하는 건 신기하고 묘한 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별을 구성하는 물질과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 같다는 것을 여러 근거와 이론을 들어 자세하게 설명한다. 별들의 세계, 우주는 하나의 형태와 구성으로 고정되어 존속하고 있는 게 아니다. 공간이 팽창하거나 수축되며 별들이 태어나거나 소멸하면서 우주는 계속 다른 얼굴로 살아왔다. 원래 그런 모습으로 있었던 것도, 고정된 모습인 것도 아니다. 별과 우리의 몸을 이루는 성분이 같다는 사실은, 인간의 몸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면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변화는 생명의 속성이다.

 

 이 책은 우주와 그 안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들을 관통하는 이 생명의 속성에 집중한다. 우주의 장엄한 역사도, 그 속에서 하나의 점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역사도 생명의 속성이라는 커다란 틀에서 설명이 펼쳐진다. 교양수업 내용을 기반으로 한 책이라 그런지, 문장 곳곳이 매우 감성적이다. 천문학은 우주를 숫자와 계산의 공간으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낭만적이다.

 

 그러나 우연성, 가능성으로 퉁치고 넘어가는 부분들은 읽기에 난해하다. 인간의 모습, 현재의 세계가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때로 ‘우연성’이 등장하는데 (물론 무작위와는 다른 의미로) 이런 부분을 읽으면 의문이 가시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되었다고? 우연히?’라는 반문이 더해진다. 아마 이런 부분은 현대 과학이 아직 풀지 못한 부분인가보다.

 

  과학의 특성상 대부분의 과학 논문에는 오류가 없을 수 없다.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진정한 이유 또한 과학자의 말이 항상 옳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이 틀렸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기 때문이다.
120-121쪽

 

 그러하기에 이러한 서적을 읽을 때는 현재까지 측정된 데이터는 이러하며, 실제 값으로  이런 저런 점을 추측하고 있다는 게 확실하게 구별되어야 하겠다. 실제와 추측을 구분 짓는 건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모두 필요한 부분이리라. 예를 들면 외계문명에 대한 네 번째 꼭지에서 ‘가능성’이라고 언급한다면 자칫 ‘외계문명이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무리하게 확장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적어도 100억 개 이상, 최대 400억 개의 지구형 행성이 존재한다. 우리 은하와 유사한 은하들이 우주에 약 2조 개가 존재하고 있으니 우주 전체에는 무려 10의 22승개가 넘는 지구형 행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에는 약 78억 명의 인구가 있다. 만약 100억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사건이 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 중 거의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기적이라 부른다. 인간의 존재도 이런 기적일까? 만약 골디락스 존 행성에서 인간과 같은 고등 지능을 지닌 생명체가 등장할 확률이 100억 분의 1이라면, 지구의 관점에서 이는 100억 분의 1의 극히 희박한 확률이 실현된 것이다.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전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는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우주에 10의 22승개가 넘는 골디락스 존 행성이 있다면 그 중에 1조 개가 넘는 곳에서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적 생명체의 존재는 오히려 우주적 필연이다. 이처럼 우주는 기적을 평범함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광대하다. 우주에 관해 점점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는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236-237쪽

 

 기대만으로 점치듯 예측하는 건 과학이 아닌 경우여야 한다. 빅뱅으로 인간이라는 고등생명체가 탄생한 경우와 인간이라는 고등생명체가 탄생하지 못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그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저자의 말처럼 생각을 구체적인 ‘숫자’로 구현할 수 없다면 과학이 아닌 공상이니까(178쪽).

 

 우주라는 거대한 생명체와 나라는 한 인간이 하나의 유기체임을 마주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 사실을 타당한 근거와 설득적인 해설로 설명을 듣는 건 무척 재미있는 일이다. 아마 그래서 ‘서가명강’시리즈가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 과학이 어떤 발견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반 세기 동안 이전의 역사와 전혀 다른 서사를 써온 현대 천문학이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앞으로 거듭 뒤집어지고 엎어져서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게 될 테니까.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넘어올 때가 그랬고 정상우주론에서 빅뱅이론으로 넘어올 때가 그랬다.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게 더 많은 지금, 앞으로 또 어떤 미지가 언제 어떻게 우리의 눈에 발견될지 기대가 된다.

과학의 특성상 대부분의 과학 논문에는 오류가 없을 수 없다.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진정한 이유 또한 과학자의 말이 항상 옳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이 틀렸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기 때문이다.
120-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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