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응원하라
호응회 지음 / nobook(노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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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게 응원이란 매우 오래된 것이고 익숙한 것이다. 고된 농번기에 풍악으로 농군들의 기를 북돋우었던 농악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응원은 단순히 스포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삶에 관계된 신명이고 흥이었다.

 응원 받는 일도 멋진 일이지만 응원 하는 일은 숭고한 일이다. 응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한 마음의 표현일 뿐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단단히 응축된 에너지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감정은 전이된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진취적이고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 옆에서는 그런 좋은 기운을 받게 마련이고 일생이 짜증나고 화나는 일 투성이인 사람 옆에서는 나 역시 그 짜증과 분노에 감염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응원단은 일종의 씨앗이 된다. 건강하고 정열적인 생기는 상대와 주변에 전달되면서 시너지를 일으켜 패배가 예상되었던 경기에서 승리하게 만들고, 사회와 조직에서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문화를 싹트게 한다.

 

 

 씨앗의 단단한 표피가 찢어지고 배아가 흙속에서 자신을 산산이 분해하여 흙 밖, 햇빛 아래로 싹을 올려 보내듯이 응원단이란 순수하게 좋아서 몸 바치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뭐 대단한 평가나 대가가 따르는 일이 아니기에 때로 이것은 청춘의 객기나 무모한 치기로 비춰지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취업도 안돼, 결혼은커녕 연애도 힘들어, 그냥 사는 게 다 버거워’라는 무기력과 고단함이 20~30대 전반에 형성되어 있는 때에, 돈 나오는 것도 아니고 뭐 주는 것도 아닌 개고생을 자처해서 한다는 건 자본주의의 논리상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응원단은 왜 존속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나의 응원단 생활을 뒤돌아보면, 분명 나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하는 위치에 서 있었지만, 응원을 하는 동안은 항상 내가 더 그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응원은 허공을 향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서로 진한 교감이 있어요. 사실 응원단이든 응원단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든 응원을 하는 동안 우리는 모두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됩니다.
60쪽 (권오진 79학번)

 

 고대 응원단 OB들의 인터뷰 및 수기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그 자체로 고대 응원단의 역사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자 6.25 전쟁 이후 우리나라 대학가와 그 문화가 걸어온 길의 단편이다. 나로서는 까마득한 59학번들의 회상과 7080학번들의 피땀눈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분투기, 영광스러운 기록들로 점철된 90년대를 지나 새로운 기조 앞에서 진보와 변혁을 꿈꾸고 있는 00학번들의 비전까지 이 작은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고대 응원단에 대해 막연한 이미지만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던 나는 우리나라 응원 문화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해온 연고전/고연전과 이 첨예한 접전에서 호랑이 기운으로 50년여를 달려온 고대 응원단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특히 고대와 연대의 관계는 마치 코카콜라와 펩시에 다름없다. 둘이서 죽고 못하는 원수로 비춰 보이지만 실은 서로가 있기에 더욱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아닌가 한다.
 대학 다니던 때에는 관심도 없던 응원단 활동이 이렇게 멋진 일이었을 줄이야. 화려한 응원복을 입고 사람들의 시선과 환호를 받기 때문에 멋진 게 아니다. ‘응원’ 자체가 멋지다. 응원은 같은 팀을 위하여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응원단이 누구냐에 따라 건강하고 역동적인 기운을 응집한 대중의 축제가 될 수도 있다. 고대 응원단은 이 대중의 축제를 가장 선두에서 만들어온 주역이다. 장영철 OB의 이 말은 이 뜨거운 관계를 이 한 마디로 압축한다.

 고연전이 가지고 있는 의미의 본질은 ‘서로의 존재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었죠.
163쪽  (장영철 67년 부단장, 72년 총기획)

 

 고대 응원단의 자화자찬만으로 이 책이 점철된 건 아니다. 이 책은 응원단 문화의 그림자를 지적하며, 자기애에 너무 도취되지 말라는 경계도 담겨 있다.

 

 내가 고대를 다녔기 때문에, 고대응원단을 했기 때문에 얻은 경험의 영역은 분명 존재하지만, 나도 모르게 경험의 영역 안에 머무르게 만드는 측면이 있어요. 인간은 머무르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나를 위한 응원이 필요한 것이겠죠. 자신을 응원하되 자기애에 너무 빠지지는 말자.
187쪽 (이상훈 80년 부단장)

 

 이 책은 대학 응원단에 참여하라는 동기 부여제이자 대중 예술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는 응원에 대한 성찰이자 새로운 문화에 대한 야망의 기록이다. 독자 모두가 자기의 인생을 자신이 응원하길 바라는 이 책의 열정이 모든 독자들에게 가 닿기를.

 

 

 


나의 응원단 생활을 뒤돌아보면, 분명 나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하는 위치에 서 있었지만, 응원을 하는 동안은 항상 내가 더 그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응원은 허공을 향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서로 진한 교감이 있어요. 사실 응원단이든 응원단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든 응원을 하는 동안 우리는 모두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됩니다. (권오진 79학번)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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