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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의 트렌드 로드 - 뉴욕 임파서블
김난도.tvN Shift제작팀 지음 / 그린하우스 / 2020년 1월
평점 :
발리에서 한 달 살기. 제주도에서 일주일 살기. 요즘 새로운 트렌드다. 어디어디에서 살아보기.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에어비앤비의 브랜드 캠페인은 새롭게 뜬 여행의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내용인 동시에 살아 보는 여행 트렌드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살아보기’가 유행하게 된 저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찰나의 체험이 아닌 경험 그것도 농도가 아주 짙은 경험을 갈망하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다. 이 살아보기의 트렌드가 왜 형성되었는지, 이 트렌드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목할 것도 사람들의 마음이다.

트렌드 연구의 선구자로 소비 트렌드 분석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난도 교수가 주목하는 것도 사람들 마음의 흐름이 아닐까. 사회와 환경과 문화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만들고, 그 마음과 정신은 사회와 환경과 문화의 흐름을 좌우하는 트렌드를 만들어간다. 트렌드의 씨앗과 발아, 생육과 결실 후 또 다른 트렌드의 씨앗 탄생과 생육이 분리되지 않는다. 이 트렌드를 읽기 위하여 들여다봐야 할 것은 동시대의 ‘사람들’, 사람이다.
주류와 다른 것, 낯선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이 무조건 불편하고 이상한 것으로 취급되던 시대는 저물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최고 소비층으로 부상한 이 시대에 비주류는 ‘차별화’의 또 다른 이름이며, 소비 경제의 큰 손으로 자리잡은 밀레니얼 세대는 ‘차별화’에 동조와 동감을 끼얹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특징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도시, 그래서 더 역동적이고 복잡하고 흥미로운 도시, 전 세계를 아우르는 트렌드가 끊임없이 잉태되어 탄생했다가 저물고 다시 태어나는 도시가 있다. 뉴욕이다.
김난도 교수와 조승연 작가 그리고 가수 에릭남이 뉴욕으로 함께 떠난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연간 6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이자 거주하는 시민들의 무한한 애정을 받는 도시인 뉴욕은 세계 트렌드의 시작점이자 온갖 종류의 트렌드가 우거진 아마존이다. 김난도 교수 일행은 트렌드의 아마존에서 그 씨앗과 연결고리를 발견하기 위하여 떠났다.
<트렌드 로드 뉴욕 임파서블>은 김난도 교수를 비롯한 3명과 tvn 제작진이 함께 만든 방송물을 원고로 옮겨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말대로 방송은 소위 ‘그림이 좋아’야 한다. 현장에서의 발견이나 출연자 개인의 내러티브가 아무리 좋아도 그림에서 빠지면 방송이 안된다. 방송물의 한계다. 김난도 교수와 제작진은 방송에 담기지 못한 밀도 높은 발견과 성찰들을 원고로 다듬어 책으로 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당연한 일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현재 세계 소비의 가장 강력한 축이다. 이들이 트렌드를 양산하고 소비하고 주도한다. 뉴욕은 특히 그렇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현재 뉴욕이 트렌드 아마존이 되는 데에 일조한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많은 책들이 말하고 있지만 ‘공감’하지 않고서는 이 세대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뉴욕도 그러하다. 특이하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한 이들과 이 도시에 공감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오늘도 ‘살아보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살아보면서 얻고 싶은 것은 겉모습이 주는 찰나의 인상이 아니라 그 트렌드의 저변에 흐르는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가 아닐까. 뉴욕으로 떠날 계획이 있는 사람들 혹은 트렌드가 궁금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이 트렌드의 내밀한 속내를 보여주는 현미경 혹은 손 닿지 않은 곳의 트렌드를 보여줄 망원경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