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드라이버
우선자 지음 / 하영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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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누구에게나 자기 무게 만큼 고통스럽다. 유대인의 동화에서였던가. 어떤 사람이 죽은 후에 천사에게 이끌려 커다란 나무 앞으로 갔다고 한다. 그 나무에는 이 지구에서 살다간 이들이 저마다의 슬픔, 아픔, 눈물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쪽지들이 걸려 있었다. 천사가 그에게 “이 중에서 당신이 다음 생애에 감당할 것을 고르라”고 묻기에 그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몫의 쪽지를 골랐다. 그래도 내가 겪어본 것이 제일 나을 것 같아서라나. 그 언젠가 이걸 읽고 나서 ‘에이, 나라면 다시 안 태어나고 싶다고 쌩떼를 쓰면서 뒹굴었을텐데 그래도 살기가 좀 나은 사람이었나보다’ 했었다.

 

 

 

 [할머니 드라이버]의 주인공 우선자 할머니라면 어떤 삶을 골랐을까? 자기가 살아온 몫의 쪽지를 다시 골랐을까? 아니면 다른 생의 몫을 택했을까? 아마 다른 생의 몫일거라고 나는 짐작한다. 만약 저런 생을 다시 살아야 한다면, 저 만큼의 고통을 다시 감당해야 한다면 못할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 우선자 할머니 생각은 또 다를수도 있겠지. 아마도, 그가 사랑했던 어머니와 아이들을 떠올리며 다시 이 생애를 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콜롬비아의 유명한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생은 살아온 시간만큼 침전하여 무게는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에 휩쓸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무거운 추가 강바닥 깊이 가라앉듯이 생은 그 영근 무게만큼 단단히 자기 자리를 잡는 거라는 뜻이라고, 나는 저 말을 그렇게 이해했다.
 우선자 할머니의 시간은 아마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바다 같은 세상 속에서 그렇게 단단히 자기 만의 무게를 가지고 깊은 바다의 추가 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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