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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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전작 [폭염사회]라는 책에서 시카고 폭염사태를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 비극의 측면에서 해석하였다. 사회적 인프라가 생존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바라보는 그의 관점에 미국의 사회학, 인류학 분야는 열광했다. 전작에 이어 그는 이번에는 폭염과 같은 재난 상황이 아닌, 일상의 삶에 지역적 자원이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책을 출간했다.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는 도시라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수십년을 살았던 나에게 ‘도시’란 무생물의 이름과 같다. 누군가는 도시를 다이나믹하다거나 역동적이라거나 살아있다거나 뭐 그렇게 표현하지만, 나에게 도시란 딱딱하고 단단하고 재미 없는 공간의 이름이다. 사람도 너무 많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복잡하다. 그러나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이러한 도시의 특징을 전혀 다른 측면에서 해석한다. 많은 사람이 함께 있다는 ‘연결성’, 그 많은 사람이 여러 공동체를 만들어서 움직이는 데서 오는 시끄러움, 여러 공동체가 동시에 자신들의 역할을 해나가는 동안 꾸려지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풍경. 그가 ‘자원’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특징을 차근차근 읽어가다보면 나뿐 아니라 누구나 이전에 생각했던 도시와 전혀 다른 도시를 만나게 될 것이다.

 현대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느끼게 되는 점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주제 때문이다. 먹고 살기 바쁘고 복잡한 도시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도시가 나에게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나 역시 도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이 도시라는 자원이 우리 전체에게 유익한 자원이 될까? 저자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동네, 학교, 사교클럽, 종교 기관 등 시카고의 거의 모든 곳에서 인종 분리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축구장에선 내가 일반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인종과 사회계층 면에서 달랐던 (그리하여 집과 차와 식사 수준도 달랐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같이 축구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지속적이고 깊은 친구 관계가 생겨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친구 관계가 시작될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부모가 된 지금에도 운동 경기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이제는 관중석에 앉아 있게 되긴 했지만) 우리 가족의 사회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중략)
 가끔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가야 할 때도 있다. 원정팀에 아이를 보내보지 않은 친구들은 우리가 이토록 경기 위주로 생활 방식을 꾸리고 그 부담을 감당하는 모습에 당황해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가끔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그럴 때면 나는 무엇 때문에 이 경험이 그토록 가치 있고 매력적인지를 되새긴다. 우리의 아이들은 물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헌신하는 다른 가족들과 우리가 맺는 관계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책 247-248쪽

 
 저자는 콕 집어 ‘인종 분리’를 이야기했으나 분리와 단절로 인한 갈등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없는 도시는 없으리라. 그리고 이런 갈등을 겪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도시인도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시는 갈등의 원흉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터전이 될 수 있다. 우리의 도시에는 수많은 학교, 종교시설, 상업시설, 크고 작은 단체들이 있다. 작게는 개인과 개인이, 크게는 단체 혹은 시설과 시설이 불평등과 고립을 해결하기 위하여 서로 간에 장벽을 낮추고 연결성을 강화하게 된다면 도시는 거대한 콘크리트가 아니라 모두에게나 살만한 삶터가 되어주지 않을까.
 물론 저자와 같은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자라는 외침 만으로는 저런 첨예한 문제들이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도시의 연결망, 사회적 인프라를 하나의 자원으로 바라보고, 그 자원을 인류 공동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해나가는 방법을 도모하는, 이 책과 같은 시선을 우리 모두가 공유한다면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는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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