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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의 역사 - 인류 역사의 발자취를 찾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성춘택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0월
평점 :
고고학자로 유명한 브라이언 페이건이 쓴 이 책 [고고학의 역사]는 고고학자들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1800년대부터 폭발적인 확장세를 타기 시작한 고고학은 초반에는 도굴과 거의 비슷한 선상에서 시작되었다. 오래된 유적들을 발굴하여 발표하면 순식간에 부와 명성까지 얻을 수 있었던 그 때에는 인류의 흔적을 발견해서 우리 모두의 자취를 밝혀보겠다는 목적보다 돈이 되고 명예를 떨쳐 보겠다는 욕심이 앞서는 때였다.
인류의 아주 오래전을 추적해보겠다는 열망이 있는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옛 사람들의 흔적을 찾으려면 어떻게든 발굴을 해야 했다. 이 발굴의 과정은 파괴적이다. 파헤치고 움직이고 흔들어보는 동안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명백히 자기 존재를 지켜온 이 유적들은 파괴당하기 일쑤다. 최근에는 발굴 기법이나 전략이 고도로 섬세해져서 유적이 손실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200년 동안 고고학은 엄청나게 발달해온 것이다.
[고고학의 역사]는 고고학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변혁의 길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40개의 챕터를 통하여 저자는 동굴의 벽화부터 시작하여 피라미드, 스톤헨지, 얼음 속에서 발견된 냉동인간 등 그간 발견되어온 획기적인 유적과 유물들을 나열하고 그 발견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설명한다. 그리고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의미와 사회적 역할까지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고고학’이라는 학문에 대하여 떠올릴 때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은 화석이나 석기시대의 뗀석기 같은 원시인류의 도구 아니면 동굴 벽에 그려진 소나 사슴 그림 따위들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인디아나 존스 정도?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한다. 고고학은 인류의 생활과 항상 함께 해왔고, 고고학이란 인류 삶에 대한 것이라고. 유물 전시에만 집중되어 고고학의 가치가 흐려진 이 시점에서 저자의 메시지는 간절하다.
다만 도구 전시는 여전히 고고학이 지닌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저 인간 행위의 비인간적인 상징으로서 유물만 있었다. 관람객은 유물이란 언젠가 살았던 사람들이 만들고 사용한 것임을 종종 잊어버린다. 고고학은 이렇게 유물과 사람의 연결 고리를 잃고 있다.
책 106쪽
보통 사람들에게 보다 쉬운 그리고 보다 본질에 가까운 고고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 책은 다소 두껍다. 하지만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 책을 읽어볼 만한 이유에 대하여, 이 책을 번역한 역자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며 마무리 한다.
고고학은 과거 인간 행위의 물적 잔재를 연구대상으로 삼지만, 유적과 유물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로부터 과거 인간 행위와 문화, 그리고 역사의 전개를 알아내기 우해서는 상당한 이론적 정교함과 방법론적 엄격함이 필요한 것이다.
책 3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