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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평점 :
항해를 하다 표류하여 소인국과 거인국을 체험하고 돌아온 걸리버의 이야기를 유명하다. 어린이들을 겨냥한 명작선 시리즈에 항상 빠지지 않는 명작 중 하나가 걸리버 여행기였다고, 나는 기억한다. 허클베리핀이나 로빈슨 크루소, 15소년 표류기 등의 이야기도 항상 빠지지 않았는데, 이런 소설들의 연장선 혹은 동일선에서 걸리버 여행기를 읽었던 터라 나에게는 걸리버가 여행가로서의 흥미진진한 인물로만 이미지화 되어 있었다.
그런 걸리버 여행기가 실은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 그리고 영국 내에서의 정치적 분쟁에 대한 저자의 풍자소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어린이 문고판으로만, 그러니까 가볍고 생략이 많이 된 걸리버 여행기를 읽다가 진지하고 꽤 두꺼운 본래의 걸리버 여행기를 읽게 되자 매우 낯설었다. 걸리버가 허클베리핀 같은 천방지축이 아니라 고매한 어른이자 지성미 넘치는 존재였다는 사실이 생소했다. 이 생소함의 벽을 넘고 나면 비로소 해리포터의 세계 이상으로 흥미진진한 걸리버의 여정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면서 놓치면 안 되는 주의점 하나는 이 작품은 현대가 아니라 근대에 쓰인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현대의 시점으로 바라보면 ‘대체 왜?’하는 부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국의 휘그당과 토리당의 대립을 우스꽝스럽게 비꼬아 보여주는 저자의 장치들이나, 법을 어겼을 때 벌을 하는 게 당연하다면 법을 잘 지킨 자에게는 상을 주는 것도 당연하다는 점을 꼬집는 저자만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들을 읽는 일은 참 재미있다. 단순히 옛날에 쓰인 어드벤처 판타지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전히, 현대 오늘날에도 곱씹어봐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의 27번째 작품인 걸리버 여행기는 역자도 믿을만하다. 이종인 번역가가 그동안 번역해온 책의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가 이번에 이 책을 번역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기까지 얼마나 고심을 기울였을지가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