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 - 엑셀만 하던 대기업 김 사원, 왜 마트를 창업했을까?
김경욱 지음 / 왓어북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포기하고 마트 삼촌이 된 남자가 있다. 자기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동네 꼬마에게 속으로는 ‘아저씨라고 부르면 안되는데’라고 대꾸하면서도 다정하고 친절한 마트 아저씨가 되어주는 이 젊은 남자. 그는 마트를 그저 돈을 버는 공간으로만 운영하지 않는다. 물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마트의 첫 번째 목표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수익 창출의 방식은 마트의 사장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마트 사장이자 마트 아저씨이자 마트 삼촌인 이 남자는 그의 마트가 동네 사람들이 언제라도 오고 싶은 친절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공간인 동시에 한 동네 구성원들끼리 정을 주고 받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동네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되자는 그의 구상이 멋지게 홈런을 날리면서 그의 마트는 현재도 성업 중이다.

 

 사람들은 동네 마트를 운영하는 일을 우습게 본다. 젊은 사람이 개인 사업으로 동네 마트를 한다고 하면 ‘그게 무슨 사업이라고’라는 반문이 이어질 수도 있다.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이고 너무나 낯익은 영업 공간이어서일까. 동네 마트는 은퇴한 50대 중년이 시작할만한 사업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있다. 근데 동네 마트가 우스워서는 아니다. 동네 마트를 한다는 건 그 동네를 좀 빠삭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살림을 좀 해본 사람이어야 동네 마트 운영에 필요한 눈이 있지 않겠나. 다행히 젊은 저자에게는 든든한 아군이 있었다. 그의 부모님. 사업을 했던 아버지와 마트 이용에 눈이 밝은 어머니. 그리고 회사에서 익힌 저자의 감각. 이로써 야심차게 저자의 가족은 동네 마트 운영에 뛰어들어 동네에 마트를 열었다.

 

 그리고 나서 꽃길만 걸었냐고? 저자가 걸어온 길이 진흙탕 길인지 자갈밭인지는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는 회사원에서 마트 사장이 된 저자가 회사를 관두고 나서 그의 부모님이 사는 도시, 군산에 마트를 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마트를 열고 나서 운영에 고군분투한 모든 과정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사업기획팀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서 저자가 상권과 이해득실을 분석한 내용들이 매우 흥미롭다. 자영업에 쌩초짜지만 소규모 점포를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자영업에 대한 실용적인 가이드 뿐 아니라, 이 책에는 장사꾼이 가지면 좋을 마인드도 함께 담겨 있다. 흔히 장사꾼은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와 비슷한 분류로 인식되곤 한다. ‘남는 게 없다’는 장사치의 말을 절대 믿을 수 없는 거짓말로 분류하지 않는가. 장사는 ‘돈이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러나 돈만 벌겠다는 사람은 장사에 흥할 수가 없다. 저자가 인용한 문구대로 장사란 돈이 아니라 사람 마음을 버는 것이다. 요즘 같이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정보가 빠르게 오고가는 시절에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장사에 임하는 자신의 솔직함 심경과 자세를 브런치에 연재해왔고 그것이 출간된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고된 자영업의 나날 속에서 글을 쓰며 자기를 가다듬어 왔고, 독자는 그 글을 읽으며 마트 삼촌의 진솔한 생각에 공감한다.
 맨 처음 이 책의 표지만 보고는, 무슨 동네 마트 사업안내서 이런 건가보다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전혀 다른 책이다. 읽을수록 흥미롭고 재미있고, 공감이 가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좋은 책이다. 마치 집으로 들어가는 길 모퉁이에 있는, 필요한 건 다 파는 다정한 동네 마트처럼.

지금 나의 즉각적인 친절에 대한 결과가 오늘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일주일 뒤, 한 달 뒤, 대부분은 수개월 뒤에 돌아온다. 요즘 내가 손님들에게 반짝 친절하게 대한다고 해서 내일 매출이 갑자기 오르지 않는다. 일주일 전부터, 한 달 전부터, 수개월 전부터 누적된 친절이 오늘의 매출로 돌아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매출이 부진하다면 ‘오늘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도 생각해야 하지만 일주일 전, 한 달 전, 수개월 전의 내 모습이 어땠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고객의 마음에 끊임없이 구애해야 한다.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해야 한다. 그때서야 고객의 메아리를 조금씩 들을 수 있다.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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