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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그럴 때가 있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가 적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깔끔하게 표현해 냈을 때, 그때 느끼는 반가움과 기쁨 말이야. 이승우 작가의 작품들을 읽을 때 나는 그런 기쁨들을 자주, 아주 많이 느낀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래서 이승우 작가의 책은 꼭 찾아서 읽게 된다. 굳이 이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읽어봐야지~ 라고 작정하는 건 아닌데,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서 책을 고르다 이 이름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아! 이건 안 읽어봤네. 이번에 읽어야지~’ 하며 기분 좋게 그 책을 고르곤 한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 줄 아니. 이 사람들 중에 똑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게 더 경이롭다. 이 경이롭게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 속에서 나하고 맞는 상대를 – 어떤 쪽으로건 말이야. 일로든, 대화 상대로든, 연애 상대로든, 친구로든 간에 – 만난다는 건 더욱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인연이라는 말을 내가 너무 좋아하는 건지도 몰라. 궁합이 맞는지 어떤지 알려면 일단 인연이 닿아서 만나는 게 먼저니까.
이 책 [모르는 사람들]은 이승우 작가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에 여러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단편들을 엮은 책이다. 표제작인 <모르는 사람>을 비롯하여 총 8개의 작품이 실려 있다. 나는 단편 소설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만은 예외다. 정말 너무 재밌다.
표제작인 <모르는 사람>은 일단, 표제작이니까. 그만큼 좋은 작품이니까 이것 말고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윔블던, 김태호>다. 이 작품은 정말 꼼꼼하게 읽는 맛이 난다. 치매에 걸린 노인의 헛소리인줄 알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묘하게 당기고 감기는 이야기다. 정말 윔블던에 가서 김태호를 만났을까.
최근에 최일남 선생님의 단편집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한국말은 참 잘 쓰면 쓸수록 멋이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 자기 언어를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여튼 한국말은 정말 최고다. 이런 언어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모르는 사람들]. 정말 만족스러운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