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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평점 :
어제였던가, 이런 기사가 났다. 10년에 편의점에서 일하다 사라진 직원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음료 냉장고 틈새에 끼어 죽었다고 했다. 그가 구조를 요청하느라 소리를 질렀지만 음료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어느 댓글이 말했다. '야 그냥 기차에 치어 죽는 게 낫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꼼짝달싹 할 수 없는 그 틈새에 끼어, 빠져나갈 수도 없고 빼내줄 이도 없는 상황에서, 죽음이 결국 나를 완전히 삼키기를 견뎌야만 하는 존재...
냉장고 틈새에 끼인 게 비극이 아니라, 그가 살려달라고 보내는 구원의 사인이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비극이다.
박형서의 소설 [당신의 노후]에는 저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른 노인이 등장한다. 침대와 벽 사이 틈에 끼어 죽었다는 그 노인. 혼자 사는 그 노인의 구원의 외침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사실, 좀 스포일러를 하자면 저 노인은 우연한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살해된 거였다. 이 책속에서, 연금 100% 수령 대상이 되는 노인들은 저렇게 살해당하곤 한다. 국가에게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국고만 축내는 노인들을, 국민연금공단 측에서는 저렇게 처리해버린다. 젊은이들이 보다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국민연금공단 측에서 처리를 목적으로 파견하는 공무원들은 국가 발전과 민생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하여 가차없이 노인들을 살해하고 자연사로 위장한다.
노인들의 안타까운 고독사나 사고사 등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을 첫 장부터 잘금잘금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뒷목이 서늘하고 등줄기에 소름이 좍.. 끼친다. 노인 혐오가 극에 달하면 정말 이런 미래가 올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여기서 꼼지락거리는 가짜 이미지일 뿐이고. 사람은 누구나 아이 아니면 청년 아니면 빌어먹을 노인, 셋 중 하나야. 내가 왜 재수 없게 당신을 보며 내 미래를 생각하겠어?” 135쪽 연금이사의 말
이 책에 나오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노년을 부정한다. 아니, 부정한다기 보다 현재에만 충실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현재 밖에 없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연속성의 실존을 부정하고 싶다면, 밀랍인형이 되면 된다. 현재에 박제된 채로 계속 있으면 된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이 그냥 이 순간인채로, 그 연속성에 걸리지 않는 모습인채로 있으면 된다. 그러나 호흡이란 무엇인가, 들숨과 날숨의 끊임없는 연속이고 이 연속이 생명을 준다. 이 연속성을 부정한다는 것은 생명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연속성을 부정할거라면 연속성이 주는 혜택마저 부정하라.
할 이야기가 많은 소설이다. 사회문제를 다루기도 하는 동시에 결국 인간의 근원전 존재감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 SF 영화 같기도 하고 진한 로맨스 같기도 하다.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빚었으나, 그 어떤 소설보다 시사성과 현실감이 가득하다.
"여기서 꼼지락거리는 가짜 이미지일 뿐이고. 사람은 누구나 아이 아니면 청년 아니면 빌어먹을 노인, 셋 중 하나야. 내가 왜 재수 없게 당신을 보며 내 미래를 생각하겠어?" 135쪽 연금이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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