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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무기가 되는 수학 초능력 : 확률편 ㅣ 일상의 무기가 되는 수학 초능력
노구치 데쓰노리 지음, 이선주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어느 영화에선가 봤던 것 같다. 주인공 남자가 뭐랄까, 좀 지질하고 소심한 그런 인물의 전형이었다. 일기 예보에서 맑을 확률이 94퍼센트라고 하는 어느 날, 그는 갑자기 불현 듯 집을 뒤지더니 우산을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회사에 도착한 그의 가방에서 우산을 본 직장 동료가 물었다. ‘오늘 날씨 맑다고 그랬는데 왜 우산을 챙겼어?’ 그러자 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답했다. ‘맑은 날씨가 아니라, 맑을 확률이 94퍼센트라고 했지. 6퍼센트의 확률로 비가 올 수 있다는 거야. 나는 그 6퍼센트까지 대비하는 사람이거든.’ OMG....
영화를 볼 때는 뭐 저런 바보가 있나,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를 돌이켜 보니 나 역시 ‘확률’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제멋대로 해석하고 생각해버린 적이 꽤 많더라. 대충 감만 알고 있었는데 그걸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퉁쳐 버린 것이다. 찬찬히 돌이켜보면 이런 상태만큼 위험한 상태가 또 없다.
최근 수학이 뜨고 있다. 작년부터 불었던 ‘수학’의 바람은 올해에 더욱 강력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의 초능력’을 다시 보고 그것을 자기의 능력으로 삼아보려고 애 쓰고 있다. [일상의 무기가 되는 수학 초능력] 시리즈는 그런 기대와 수요에 부응하여 출간된 책이다. 확률, 수학의 정리, 미적분의 총 3권으로 각 권의 페이지가 130쪽을 넘지 않아 읽기 부담이 적은데다 일상의 여러 상황과 접목되는 수학의 영역을 포착, 설명하여 읽는 재미까지 잡으려 했다.
시리즈의 첫 권으로 읽은 건 ‘확률’편이었다. 기상청의 기상 예보를 내가 어디까지 믿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혼자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발견해서 ‘무척 잘되었다’ 싶었다. 기상청의 예보에 매번 빠지지 않는 00퍼센트의 확률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아시는 분? 아마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모른다면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시라. 기상청 예보 수치 뿐만이 아니다. 우승 경주마를 맞히는 사람이 항상 맞힌다고? 잘 맞는 복권 번호가 따로 있다고? 운이 좋은 사람도 따로 있고? 미신처럼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어있는 이런 질문들에 대하여 수학이 답한다. 수학의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가 미묘하게 오해하고 있었던 개념들이 바로 잡히고, 이 개념이 바로 잡히면서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본질’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확률의 기능과 힘이라고 이 책의 저자 노구치 데쓰노리 작가는 말한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하다가 과학 및 수학 전문 작가가 된 저자가 써서인지, 이 책은 매우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특히 산수 교과서에 등장할 법한 캐릭터 일러스트와 그림을 삽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안 그래도 요즘 각종 히어로 무비들이 대세가 된 게, 엉망진창인 삶 속에서 초능력을 갈구하는 대중의 요구가 반영된 건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그런 시대 속에서 수학의 초능력 – 확률을 읽는 능력이라면 최첨단 수트도, 신의 기술도 없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는 무기가 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