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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화냈어야 했는데 - 제때 화내지 못해 밤마다 이불킥 하는 당신을 위한 심리학 솔루션
조명국 지음 / 앳워크 / 2019년 5월
평점 :
화가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지만, 역사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부당한 현실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적극 표출한 동학농민운동이나 촛불집회는 나라의 미래를 바꾸지 않았나? 일본의 칼과 총 앞에 마찬가지로 칼과 총으로 응수한 독립투사들이나 민족적 분노를 만세 운동으로 승화시킨 삼일운동은 또 어떤가? 분노로 집결된 사람들의 움직임은 커다란 긍정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까 화냈어야 했는데]의 저자는 이 책에서 화로 세상을 바꾼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카일라이 사티아르티라는 인도의 아동 권리 운동가는 TED 강연 <평화를 만드는 방법은? 분노하라>로 유명해졌다. 그는 그 강연에서 교과서가 없어 공부를 하기 못하게 되거나 노예 신분이기에 사창가로 팔려가는 소녀들을 보며 분노했고, 그 화의 결과 아이들을 구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아동 탄압에 맞서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책 97쪽 중에서)
어떤 화는 관계를 망치거나 원한을 사고 어떤 화는 세상을 바꾼다. 이 모든 화의 시작점이 나는 같다고 본다. 감정이다. 특히 화라는 이름의 짜증, 불편함, 분노의 감정이다. 누구나 화를 느끼고 화를 내거나 그 화를 삭이며 생애를 산다. 화는 그 감정의 특성상 ‘뜨거움’을 동반하기에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 화가 이렇게 중요하고 대단한 감정인 줄을 이 책을 읽고 나서 명료하게 정리하였다.
분노조절장애가 위험 수준에 오른 듯한 우리 사회에 ‘제대로 화 낼 수 있는 법’을 제안하는 이 책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아까 화냈어야 했는데]. 살면서 한번쯤은 누구나 다 이 생각해보지 않을까? ‘아!! 아까, 그 자리에서 버럭 화 냈어야 했는데!!’라면서 혼자 이불차고 곱씹고 분해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감정에 휩쓸려 앞뒤 없이 분풀이로 표출하는 화를 두고 ‘제대로 화를 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화라는 감정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왜 화가 필요한지? 어떻게 화를 내야 모두에게 좋은지, 화를 참으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나는 왜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하는지? 당신은 이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는가? 답이 떠오르지 않거나 뭔가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기는 하는데 정리가 안 된다면 이 책을 당장 읽어보라. 우리가 느끼는 이 화라는 감정은 우리가 그동안 인식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감정이며, 이 화가 문제가 되는 상황은 우리 스스로가 화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여 그것을 병으로 만들어왔을 때뿐이다. 겉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여 화가 없는 사람인 것도 아니고, 소리를 잘 지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제대로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인 것도 아니다. 화를 잘 내는 법은 생각처럼 그리 만만하고 쉬운 게 아니다. 만약 그게 그리 쉬웠다면, 오늘도 뉴스 이곳저곳에 걸려있는 분노형 범죄들이 저토록 다양하게 양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이 책 안에는 내가 화내는 것을 막는 장애감정은 무엇이며 나는 화를 낼 수 있는 기질이 얼마나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는 검사지(TIPI)도 있으니 꼭 해보시길!)
이 책이 당장에, 우리 사회에 위험스럽게 쌓여 있는 분노조절장애 증상을 전부 고칠 순 없겠지만 적어도 한 개인의 울분이나 울화 정도는 원만하게 풀어주는 해독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