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겐지 단편선 - 영혼을 깨우는 이야기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미숙.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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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새벽. 자정은 이미 오래 전에 넘어섰으나 해가 뜨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 까만 하늘은 고요하고 지구상에 살아 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 뿐인 것처럼 쓸쓸하고 고독한 새벽에 코로 들어오는 밤공기는 각별하다. 그 밤공기의 맛을 한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은 종종 그 새벽에 일부러 깨어있게 된다. 습하고, 쓸쓸하고, 고즈넉한 밤에 마치 ‘시간’도 달리기를 멈추어 호흡을 늦추고 어디 늘어지게 누워있을 듯하다. 낮 동안 몸을 숨겼던 온갖 상상의 갈래들이 날벌레처럼 여기저기서 내려와 앉는 특별한 순간들이다.
 미야자와 겐지 작가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을까. 몽환적이고 영적인 그의 작품들 속에서 화자들은 대부분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고독해하는 인물들이다. 그의 작품들은 어딘가 윤동주의 시를 생각나게 한다. 단편들을 엮은 책의 표지에는 ‘영혼을 깨우는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요다카의 목 안으로 들어오더니 요다카의 목 안을 할퀴며 푸드덕거렸습니다. 요다카는 그것을 억지로 삼킨 순간 갑자기 가슴이 철령해져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울면서 하늘을 빙빙 돌았습니다.
 ‘아아, 장수풍뎅이며 수많은 날벌레가 매일 밤 내게 잡아먹혔어. 이번엔 겨우 나 하나만 매에게 죽임을 당하면 그만일 뿐인데... 그게 이렇게도 괴롭다니. 아아! 괴롭다, 괴로워! 더는 벌레를 잡아먹지 말고 굶어 죽어야지. 아니, 그러기 전에 매가 나를 죽이겠지. 차라리 그 전에 하늘 저편으로 멀리 가 버려야지.’
121쪽 요다카의 별 중에서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미야자와 겐지 단편선에서 가장 내 눈에 든 것은 [요다카의 별]이었다. 단편들은 동화적이지만 동화는 아니다. 동물이 화자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주는 교훈적인 내용이 이 단편들의 집필 동기는 아니리라. 아마도 순전히 작가 자신과 세계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성찰의 와중에 이런 단편들이 나왔으리라 추측한다. 위에서도 잠시 썼지만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중에서 특히 [요다카의 별]이 윤동주를 떠올리게 한다. 초라하고 부끄러운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과 성찰. 남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애꿎은 날벌레들이 식량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현실을 사무치게 괴로워하는 주인공에게서 윤동주가 시 속에서 끝없이 풀어놓은 참회와 성찰의 면을 발견한다.
 첫 작품으로 실린 [은하철도의 밤]은 주인공에게 희소식이 전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련하고 슬프게 끝나서, 이 작품 역시 많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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