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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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책이 있었다. 욕심과 욕망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고 그것이 짐승과 인간의 다른 점이라며 그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아, 이렇게도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구나.’ 정도로만 그 책의 내용을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매우 다른 입장이다. 나는 그 책이, 그리고 그 저자의 이론이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본능은 안분지족에 더 가깝고, 그 본능을 방해하거나 왜곡하는 수많은 자극들 속에서 태어나 자라가기 때문에 이 삶이 이렇게 끝없는 욕망과 욕심이라는 미로를 헤매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노자의 언어로 말하자면 ‘부자연’과 반자연‘이 만연하기에 ’무위‘로 돌아가야 하는 때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무위로 돌아가기 위하여 즉, 자연 상태의 사람으로 회복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도와 덕인데, 도는 깨닫는 것이고 덕은 그 도를 쓰는(用) 것이다. 노자가 말년에 저술한 道經과 德經, 합쳐서 도덕경은 노자가 주창한 철학의 정수다. 인위적인 것 즉, 왜곡되고 비틀리고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고 혹은 분간하여 원래의 자연, 근원적 본질에 맞는 삶을 살아가자는 내용이다.

 

 이번에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낸 도덕경은 소준섭 박사가 옮기고 해설했다. 각 장별로 한문 원본과 그 내용을 달고 그 아래에는 생소하거나 어려운 혹은 중요한 한자들을 집중적으로 풀어준 다음 ‘깊이 보기’라고 달고 옮긴이의 해석을 더했다. 도덕경 원본 한자와 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 정말 보기 편하고 재미있다. 다만, 나의 경우 옮긴이의 해석까지는 다 읽진 않았다. 공자든 노자든, 누가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원본의 의미가 다양하게 갈리기 때문에, 먼저 원문을 충분히 읽어보고 독자만의 사고로 원문을 정리하는 것이 도덕경을 비롯한 여러 동양 고전들을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는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동양 고전을 책으로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는 옮긴이의 해석 부분까지 차근차근 읽어가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하다.

 

 이 책이 참 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느꼈던 게, 책 맨 뒤에 실린 내용 때문이다. 책 뒤에는 노자의 생애와 우리나라에 들어온 도덕경의 역사적 흐름과 의미까지 정리해서 실려 있다. 도덕경 본문만큼 재미있는 내용이다.
 ‘도를 아십니까’라는 말이 무슨 반사회적 집단을 비웃거나 희화화하는 말로 사용되는 안타까운 요즘이다. 도덕경 읽어보면, 저런 말 우습게 못할텐데...

 

知不知, 尙矣.
지부지상의

不知知, 病也
부지지병야

夫唯病病, 是以不病.
부유병병 시이불병

聖人不病 以其病病.
성인불병 이기병병

是以不病.
시이불병

 

자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바가 있음을 아는 것, 이것이 가장 현명하다.
알지 못하면서 모두 아는 체하는 것은 병이다.
병을 병으로 알아야 병이 되지 않는다.
성인은 병이 없다. 그것은 자기의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 병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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