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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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밤 새벽에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는 사람을 알 수 있다. 그 어떤 인기척도 없이, 불빛의 방해도 없이 까만 밤하늘을 오롯이 마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봤으리라. 일체의 여지도 없고 미동도 없이 거기 서 있는 밤하늘의 서늘하고 무심한 표정을. 그 아래서 나는 혼자 얼마나 막막하든지. 어떤 말을 걸어도 하늘에 닿지 못할 것 같은, 그 가눌 수 없는 적막감과 외로움은 한겨울 밤바람보다 추웠다. [아들의 밤]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들을 읽으며 책을 덮었을 때, 나는 9살 남자아이 욘이 누운 자리가 부디 차갑지만은 않기를 그리고 새벽이 더 깊어지기 전에 엄마 비베케가 그 문을 열고 아들을 안으로 들여 안아 품어주기를 바랐다.

 

[아들의 밤]은 노르웨이 시골의 싱글맘 비베케와 그녀의 아들 욘의 하룻밤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 한느 오스타빅은 노르웨이에서 주목 받는 작가이자 미국에서 PEN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이다. 이미 여러 편의 작품을 출간한 중견 작가인데 한국 독자들과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나는 거란다.

 

 이렇다 할 충격적인 사건도, 자극적인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 이 작품은 밤하늘 겨울바람에 스치는 별빛처럼 건조하고 불안하게 흘러간다. 욘과 비베케의 시점이 수시로 바뀌며 모자 간의 미묘하고도 안타까운 불협화음이 작품 전체에 깔려 있다. 싱글맘 비베케는 8살 난 아들 욘을 키우고 있지만, 자기 만의 삶과 안정을 구하며 살아간다. 소심하고 예민한 아들 욘은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엄마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한다. 욘의 아홉 살 생일 하루 전날 , 욘은 엄마가 자신의 생일 케이크를 준비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는 엄마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집을 나선다. 마침 이동식 놀이공원이 마을에 놀러온 터라, 욘은 거기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가는 도중에 낯선 사람들을 만나 여러 여정을 보내는 사이 밤이 깊었다. 집으로 돌아왔으나 집에는 문이 잠겨 있다. 비베케는 욘이 자기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하고 문을 잠그고 집 밖으로 나섰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려 했으나 시간을 잘못 맞추어 도서관이 문을 닫자, 그녀는 근처 놀이공원을 배회하다 놀이공원 직원인 한 남자와 시간을 보낸다.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처럼 건조하고 모호한 문장들과 글의 분위기가 매우 낯설다. 노르웨이의 공기란 이런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의 분위기가 생경하다. 나의 경우에 작품 중간을 넘어가면서야 비로소 이 작품의 주제와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귀를 열 수 있었다. 흥미로운 작품이라 끝까지 읽었고 이야기가 짧아 읽기에 어렵지 않은 작품이나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해야 비로소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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