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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 - 고전에서 찾아낸 뜻밖의 옛 이야기
배한철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3월
평점 :
우리가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사료 중에 가장 믿을만한 것은 실록이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소설들이 이 실록의 구절들을 재료 삼았다. 그러나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것은 실록만이 안다. 조선 각계각층의 다양한 개인들이 작성한 기록(문집, 문학, 상소 등)은 실록이 채 담지 못한 조선의 진면목을 알리고 있다.
<한국사 스크랩>,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등의 역사서를 집필한 배한철 작가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일차원적 역사 기술을 거부한다. 그는 흥미로운 역사를 발굴하여 대중이 보다 역사를 친밀하고 흥미롭게 느끼도록 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실록 안에 실리지 못한 날것 그대로의 역사를 발굴하기 위하여 50여 종에 달하는 저작물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 결과를 이 책으로 썼다.
물론 이런 개인 저작들은 야담이 많고 구전된 이야기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이를 모두 역사적 사실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동일한 사실이라도 실록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기도 하고 정사에서 언급되지 않는 당대의 인물평, 사회 풍속, 정치 해석 등을 가감 없이 기술하고 있어 그 가치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중략) 책이 아무리 좋아도 서재에 꽂혀만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역사서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평소 지론이다. 대중역사서가 끊임없이 시중에 나오고 있지만 우리 역사와 대중 간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역사를 발굴해 일반인들의 역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조금이라도 높이는데 이 책이 기여했으면 한다.
8-9쪽 저자의 머리글에서
“책이 아무리 좋아도 서재에 꽂혀만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사실 지금도 서점에는 새로운 역사서가 하루에도 몇 권씩 등장하고 있다. 역사 덕후들은 고르는 재미에 흠뻑 빠지겠지만 나 같은 일반인은 글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떤 책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라는 그런 생각보다는 ‘아, 이 책이나 저 책이나 비슷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저자는 그걸 그대로 꼬집는다. 역사서를 비롯하여 역사 콘텐츠(방송 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등) 역사와 대중의 간극이 줄어들고 있지 않은 지금, 진짜로 대중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일까? 저자는 체면도, 과장이나 미화도 섞이지 않은 우리 민족의 진짜 역사를 보게 하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한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부분도 있고 부끄러운 부분도 있다. 누구나 자기 자랑은 보여주고 싶지만 잘못한 부분이나 모자란 부분은 숨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역사의 자랑스러운 부분은 박물관에 전시하면서 스스로 긍지로 삼지만 부끄러운 부분은 제대로 알고자 하지도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학습하고 배우는 일도 너무나 중요하지만 우리 역사의 어두운 부분도 제대로 배우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부끄러운 역사를 알지 못한다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긍지도, 수치도 모두 우리의 역사다”
하멜도 조선은 세계를 인식하는 수준이 지극히 낮다고 평가했다.
하멜에 따르면, 17세기 조선인들은 12개 왕국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다. 이들 나라는 모두 중국 천자의 지배를 받으며 공물을 바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많은 나라가 있다며 이름을 말해 주어도 조선인들은 비웃으며 필시 고을이나 마을 이름일 거라고 반박했다. 하멜이 보기에 조선인들의 해외에 대한 지식은 태국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들보다 더 먼 곳에서 온 외국인과 교류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다.
395-396쪽
조선이라는 나라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었다. 한글 창제, 금속 활자 등 엄청난 문화 유산도 있지만 남존여비, 관리들의 부패, 무지한 세계관 등 심각하게 부패한 관습을 청산하지 못한 부실한 나라이기도 했다. 이 관습들을 우리가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 관습의 많은 부분을 답습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우리 역사, 특히 조선의 역사의 양음 모두를 마주하여 균형잡힌 역사인식을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물론 신라나 고려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책의 많은 부분이 조선의 사료에서 길어 올린 내용이다. 빛과 그림자를 모두 품은 입체적인 우리 역사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하멜도 조선은 세계를 인식하는 수준이 지극히 낮다고 평가했다. 하멜에 따르면, 17세기 조선인들은 12개 왕국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다. 이들 나라는 모두 중국 천자의 지배를 받으며 공물을 바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많은 나라가 있다며 이름을 말해 주어도 조선인들은 비웃으며 필시 고을이나 마을 이름일 거라고 반박했다. 하멜이 보기에 조선인들의 해외에 대한 지식은 태국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들보다 더 먼 곳에서 온 외국인과 교류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다. 395-3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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