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만에서 부르는 백조의 노래
정상진 지음 / 지식산업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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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되었다. 저자인 정상진(정률) 선생은 2013년에 소천하셨다. 말하자면 이 책은 출간된 지 벌써 15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오래된 책이고 저자마저 이미 수년 전에 돌아가셨기에, 이대로 흐르는 시간 속에 깊이 침전하여 도서관 한 구석에서 먼지를 입고 영면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책이다. 그런 책을 굳이 도서관을 뒤져서 찾아내어 흙빛으로 바랜 종이에 실린 저자의 기록을 공들여 읽었다.

 

 표지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오래 전에 나온 책인지 쉽게 알수 있다. 마치 80년대 영화 화면을 보는 듯한 아련한 노을빛을 배경으로 저자의 얼굴이 실린 이 책은 사실 읽기가 수월한 책은 아니다. 20년 정도의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 저자의 문체도 물론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생소한 것은 저자가 기술하고 있는 근대 한반도의 정세와 변화에 대한 내용이다. 남한이 아닌 북한을 택했던 수많은 예술인들이 왜 그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나라를 잃고 연해주로 강제 이주당한 소련 고려인들의 생활은 얼마나 처절하고 궁핍했는지를 전혀 몰랐던 나는 마치 다른나라의 역사를 읽는 것처럼 생소했다.

 

 저자는 이 책을 들어가며, 그 당시 북한과 소련의 문화 예술인들에 대하여 진실을, 오직 철저하게 객관적인 사실만을 기술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다 죽고 자기 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 책을 쓴다고 했다. 죽음으로 가까이 가고 있는 자신의 육신이 아직 기력이 있을 때 수 많은 선진들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문인의 의지는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담겨져 세상에 남았다. 저자가 이 책을 낸 후 몇 년 뒤에 소천 했으니 정말 ‘백조의 노래’라고 부르기에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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