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 클럽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13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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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보고서라고 불러야 할지 결론을 짓기 전이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래도 별 상관 없다. 이 작품의 장르를 무엇이라 부르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사실은 이 책이 아주 아주 재미있다는 점과 지금, 오늘, 바로 2019년 3월 (트럼프와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끝낸) 이 시점에 맞춰 매우 적절하게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함께 수학한 지식인 둘이 만난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여든 가까운 생애를 보냈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근현대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체험해왔다는 의미다. 벗은 또 다른 벗에게 글을 써 달라고 의뢰하고 그렇게 무창포에서 오랜만에 조우한 두 사람이 1박 2일간 나눈 대화는 작품이 되어 책으로 탄생한다. [30-50 클럽]의 소설적 배경이다.

 소설적 배경이라고 하면 왠지 가상의 일인 것처럼, 실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작품의 내용은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리얼하다. 작품에는 한국은 박정희로부터 박근혜까지, 미국은 케네디에서 오바마까지의 시대 그러니까, 1961년부터 2016년의 시대가 정권별로 어떻게 흘러왔는지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사실상 레이건의 1981년 취임 후 오바마의 2017년 퇴임 시까지, 거의 36년 동안 미국은 금융이 제조업을 포함해 모든 영역을 좌지우지하는 금융자본주의의 지배 아래에 있었습니다.
46쪽

 

 이라크 전쟁은 군산복합체와 또 하나의 강력한 복합체인 ‘석유산업복합체’의 합작품으로 그들의 힘에 ‘민주주의 과정’이 압도당한 경우로 봐야 할 겁니다.
61쪽
 

 
 55년간의 격동, 지구촌 전체에 휘몰아친 여러 번의 파도의 높이와 너비 그리고 흐름과 여파까지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작품이 또 어디 있을까. 10권짜리 연작으로 나올법한 소재를 이렇게 에센스만 압축하여 흥미롭게 이야기로 들려줄 수 있다니, 탄복하면서 읽었다. 믿을만한 지식인 둘의 대담을 찍은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같고, 세계 정세의 격랑을 다룬 다큐를 보는 것도 같았다. 만만하지 않은 소재를 이토록 몰입할 수 있도록 독자를 끌어당기는 이 작품은 내가 한국인이기에 더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하면서 읽게 된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할 뻔했던 아찔한 순간, 민주주의가 아닌 금융 권력에 지배당하고 있는 정부, 그 속에서 각자 도생을 위하여 치열하게 다투는 사람 그리고 나라들. 


 30-50클럽에 우리가 (심지어!!!) 7번째로 가입했다는 현실은 너무나 기특하고 스스로를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과연 이대로 한국은 정말 괜찮은가 싶은 요즘이다. 자본주의가 한계에 달한 이 시점에서 한국 같이 가진 것 없는 나라는 어떤 바람을 타고 어디로 가야 할지.

 

 [30-50 클럽] 같은 좋은 작품을 읽고 사회 전체가 함께 생각하고 의견을 모으는 그런 자리가 마련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실상 레이건의 1981년 취임 후 오바마의 2017년 퇴임 시까지, 거의 36년 동안 미국은 금융이 제조업을 포함해 모든 영역을 좌지우지하는 금융자본주의의 지배 아래에 있었습니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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