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은 마술사처럼 - 청중을 사로잡는 마술사의 7가지 비밀
데이비드 퀑 지음, 김문주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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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자면,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마술사는 설득하는 사람이 아니라 속이는 사람 아닌가? 청중을 사로잡기야 하지. 여러 가지 속임수로 청중의 혼을 쏙 빼놓고 정신 못 차리게 만들잖아.’

 바로 그저께도 짧은 마술 공연을 보고 와서 이 책을 읽었는데 참으로 서커스나 놀이공원 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가 이 마술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카드나 동전 정도를 화려한 손놀림으로 다루는 그런 마술이야 대충 어떻게 했는지 알겠다 싶은데, 물에 모래를 넣었다고 도로 꺼낸다든지 조각난 씨디를 동그란 원형으로 보여준다든지 이런 것들은 전혀 모르겠더라. 하기사 이런 일개 청중에게 틈을 주면 마술사가 아니겠지.

 

 영화 [나우유씨미]의 마술 총감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퀑이 책을 냈다. 무대 위에서 마술사들만의 전유물로 존재하는 비법을 기업이나 개인의 일상생활에도 적용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처럼 이 책은 ‘설득은 마술사처럼’ 해보라며 동서고금의 여러 마술사들의 비법과 사례들을 일러준다.

 

 책의 정체성은 좀 모호하다. 이걸 마술에 관한 책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는 전략서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둘 다 아닌 것 같다. 전체적으로 책의 이야기는 좀 산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 꼭지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꽤 재미있어서다. 저자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이슬람문화권까지 아우르며 마술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데 특히 미국대통령과 관련된 마술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다. 루스벨트, 오바마, 아이젠하워 등 달의 뒷면 같은 대통령들의 후일담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그렇다고 마냥저냥 저자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만 풀어놓은 건 아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왜 마술이 속임수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앞에서 벌어지면 속을 수밖에 없는지, 사람의 사고 방식이나 뇌의 반응, 관습과 정서까지 파고들어 ‘설득력 높은 마술’의 비법을 설명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지각지능을 보면서도 그랬지만 사람은 필요이상으로 자기 지각을 신뢰한다. 그것은 우리가 온갖 위험 요소로 둘러싸인 세상 속에서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능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말도 안되는 바보 멍청이로 전락하게 만들 수도 있는 맹점이기도 하다.

 요즘 사기꾼들이 여기저기 극성이고 심지어 흥하기까지 하는데, 과연 사람들의 지각이 점점 퇴화하는 것인지, 반대로 강화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요지경 속이다. 
  
  

공백을 채우려는 인지적 성향은 문제를 해결하고 글자를 읽는 우리의 능력을 지배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가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정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여기게 된다. 이러한 가정은 쉽게 의도치 않았던 결과로 이어진다.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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